이후 건보공단은 각 공급자 단체들과 협상 만료시점인 자정까지 5차, 6차 릴레이 협상을 벌이면서 절충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보통 수가협상 마지막 날은 보험자와 공급자가 구체적인 인상 수치를 놓고 본격적으로 '밀당'을 하는 시간인 만큼 보험자와 각 공급자 간 치열한 눈치싸움이 예상된다.
본격 협상력 드러날 4차 협상
지난 달 29일 3차까지의 협상을 통해 보험자와 공급자는 서로가 생각하는 인상률의 차이를 확인했다.
건보공단이 13조원에 가까운 건강보험 재정수지 사상 최대의 흑자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저조한 인상수치를 제안하면서 공급자 단체는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보험자 입장에서는 줄 수 있는 재정의 폭을 '최소'부터 제시하기 때문에 '인상률 높이기'는 충분히 가능하다. 이 때문에 공급자 단체는 4차 협상부터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협상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우선 대한의사협회는 13조원에 가까운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공급자의 희생이 바탕이었다는 점과 함께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선 의원급 수가인상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근거로 지난해보다 더 높은 인상률을 받아내겠다는 각오다.
의협 협상단장인 서울시의사회 김숙희 회장은 "정부 미지급금을 합하면 흑자가 20조원이 된다는 점에서 기대를 하고 수가협상을 시작했다"며 "과거에는 이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저수가로 힘든 시절에 대한 보상심리로 이번 수가협상을 임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병협은 병원의 경영악화 사례를 전방위적으로 홍보하며, 수가인상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병협은 둔화되고 있는 진료비 증가율을 병원의 경영상황 악화 근거로 제시했다.
병협 이계융 상근부회장은 "2014년 진료비 증가율은 6.5%로 (2013년 10.4%) 진료수익이 갈수록 정체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등 비급여제도 개편으로 진료비 지급 주체만 변경됐다"고 우려했다.
'진료비 목표관리제' 합의한 공급자 나올까
올해 건보공단은 지난해 협상과 마찬가지로 전 유형에다 부대조건으로 '진료비 목표관리제'를 제시했다.
다만, 지난해 전 유형 타결을 전제로 부대조건을 내걸었다 실패한 점을 고려해 각 유형별로 진료량과 연동시킨 '맞춤' 목표관리제를 제시한 것이 올해 차이점이다.
이미 2차 협상 직후 각 공급자 단체에게 구체적인 목표관리제 시행안까지 제시한 상황.
하지만 공급자 단체는 우선 거부하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치협 마경화 부회장은 "협회가 진료량을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해진 진료량을 지키는지 감시는 어떻게 할 것이고, 지키지 않는 회원에게 어떻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가. 문 열고 들어온 환자를 내쫓으라는 것인가"라고 건보공단이 제시한 목표관리제를 비판했다.
여기에 건보공단이 병협에 목표관리제와 함께 '54개 병원 ABC(Activity-Based Costing) 원가자료' 제출을 부대조건으로 제시함에 따라 막판 수가협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만약 병협이 원가자료 제출에 대한 부대조건을 합의한다면 상대적으로 많은 인상률을 받게 돼, 다른 유형들에게 영향을 미쳐 타 공급자의 협상 '결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급자 단체에 따르면 이미 건보공단은 상견례와 1차 협상부터 병협에 원가자료 제출을 부대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합의 시에 따른 원가자료 세부 활용방안을 이미 내부적으로 마련해 시스템 구축 마무리 단계다.
이에 대해 병협 측은 원가자료 제출이라는 부대조건 합의에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지만,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
병협 관계자는 "부대조건으로 합의한다고 해도 원가제출 제출하라고 병원들에게 독려할 순 있지만 강제화할 방법이 없다"며 "합의 후 구체적인 원가자료 제출을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54개 원가자료를 토대로 건보공단이 병원의 실질 수익과 지출을 파악하겠다는 의도"라며 "그러나 이는 일반화하려는 시각이다.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