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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가면 큰일나요" 메르스 스친 병원들 쑥대밭

발행날짜: 2015-06-03 06:00:15

확진 환자 발생 병원 환자 동요 심각…"너무 억울하다"

중동 호흡기 증후군(메르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전국을 뒤덮으면서 확진 환자가 발생한 병원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병원 실명에 덧붙여 괴담 수준의 루머가 퍼져나가면서 환자들의 동요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A대병원 관계자는 2일 "종교재단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만큼 다른 대형병원에서 거부한 환자를 차마 돌려보내지 못했다"며 "대응 메뉴얼에 따라 처리했는데도 온갖 괴소문이 돌고 있어 답답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A대학병원은 메르스 확진 환자가 거쳐갔다는 이유로 각종 루머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중환자실을 폐쇄하고 일부 의료진도 감염됐다는 근거없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병원이 이례적으로 공식 입장까지 내놨지만 환자들의 동요는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 관계자는 "중환자를 중심으로 산모 등의 동요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진료 예약 취소나 연기는 물론 정말 괜찮은 것이냐는 문의 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확진 판정 즉시 감염내과 의료진에 대한 격리에 들어갔고 진료실과 병동 등을 폐쇄하고 수차례 방역 작업을 끝낸 상태"라며 "하지만 끝없이 괴소문이 퍼져가고 있으니 오갈데 없는 환자를 받아준 결과치고는 너무 가혹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고충은 비단 A대학병원만의 것이 아니다. SNS 등을 통해 확진 환자 발생 병원이 급속도로 퍼져나가면서 해당 병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B대학병원도 마찬가지 경우다. 최근 새롭게 개원해 성장 가도를 달리던 이 병원은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속도로 환자가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거점병원으로 자리잡고 있는 시점에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면서 졸지에 찬물을 끼얹은 상황이 된 것이다.

B대병원 관계자는 "막연한 공포심이 확산되면서 지난달에 비해 눈에 띄게 환자가 줄고 있다"며 "이제서야 자리를 잡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장기화될까 우려된다"고 털어놨다.

일각에서는 병원 이름때문에 생겨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서울의 A대학병원과 평택의 B병원 이름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병원 명칭 때문에 해당 종교 계열의 다른 병원들까지 여파가 미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C대병원 관계자는 "공교롭게 병원 이름때문에 우리 병원을 괜찮냐는 문의전화가 끊임없이 걸려오고 있다"며 "다른 계열 병원들도 마찬가지 상황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상당수 병원들이 메르스로 의심되는 환자 진료를 사실상 거부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어 국가 방역 체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누가 의심 환자를 받아주겠냐는 지적이다.

국공립병원인 D대병원 관계자는 "메르스 의심 증상으로 응급차를 타고 돌다 돌다 우리 병원으로 오는 환자가 늘고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 누가 이런 환자들을 받아주겠냐"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이미 메르스 지정 병원을 정하고 전달체계는 물론 격리 병상과 시설 등에 대한 정리가 끝났어야 한다"며 "이래서는 신종플루때와 다를 것이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