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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100시간 근무 여전, 얼마나 죽어야 바뀔려나"

발행날짜: 2015-06-05 05:39:19

병협 "의료계 내부에서 해결할 일" 반격…키 쥔 복지부 불참 빈축

전공의 특별법에 대해 침묵을 지키던 대한병원협회가 드디어 반격에 나섰다.

국회 공청회조차 참석을 거부하며 언급조차 피하던 것에서 벗어나 성급한 법안이라고 반박하고 나선 것. 이로 인해 특별법에 대한 논란이 본격적으로 점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4일 의협 3층 회의실에서 전공의 수련·근무환경 실태와 개선방안 모색에 대한 의료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의협·대전협·의평원까지 수련평가기구 독립 주장

이 자리에서 오수현 의료정책연구소 책임 연구원은 전공의 1793명을 대상으로 수련제도 개편안 시행이후 근무 실태 변화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전공의 중 52%가 수련제도 개편안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88시간 이상 근무중이라고 답했고 100시간이 넘는다는 응답도 27%에 달했다.

이에 따라 이날 포럼은 수련제도 개편을 위한 수련평가기구 독립과 이를 법안으로 명시한 전공의 특별법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어졌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김이준 정책부회장은 "수련제도 개편안이 시행됐지만 대다수 전공의들은 여전히 100시간이 넘는 근무를 하고 연속 당직을 서고 있다"며 "실태조사 또한 이중 당직표와 허위 현황표를 통해 왜곡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독립된 수련평가기구를 통한 엄정한 평가를 법안으로 명시해야 한다"며 "1년에 한명씩 과로사로 쓰러지는 전공의들을 구하기 위한 유일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와 한국의학교육평가원,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등 대부분의 단체들도 수련평가기구 독립에 대해 전공의들의 편을 들어줬다.

의협 강청희 부회장은 "평가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형평성과 공정성"이라며 "병협이 수련평가 업무를 오래 담당하며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중립성을 보장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의대·의전원협회 김윤 사무총장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병원협회가 수련평가 업무를 담당하는 사례가 없다"며 "의협과 병협, 의학회와 대전협이 참여하는 수련제도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기본의학교육 평가를 담당하고 있는 의평원도 이같은 의견에 힘을 보탰다. 교육과 수련이 같은 맥락에 있다는 점에서 평가는 중립적인 기구가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다.

의평원 김영창 전문역량평가단장은 "병원협회가 병원장들의 모임이라는 점에서 이해관계에 휘둘릴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전공의 수련 또한 졸업 후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독립적인 수련평가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의료계 내부 싸움에 법까지 들이미나" 병협 반격 돌입

이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던 대한병원협회는 당초 불참 의사를 전해오다 급작스레 참석을 결정하고 본격적인 반격을 시작했다.

수련환경 개선의 취지는 충분히 동감하지만 과연 처벌 조항이 없어 해결되지 못한 문제인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병협 백민우 감사는 "과연 수련환경 개선이 힘든 이유가 처벌 조항이 없어서 그렇겠나"며 "벌금 매기고 구속시켜서 해결될 일이면 이미 끝났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의료계 내부에서 해결해야 할 일을 왜 법으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응당법과 같이 실행 불가능한 법안이 통과되면 엄청난 후폭풍이 몰려올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그는 수련제도 개편안이 제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직 시행된지 1년도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벌써 평가를 내리냐는 지적이다.

백 감사는 "미국도 80시간 의무화 제도가 시행된지 수년만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며 "이제서야 수련시간을 어떻게 계측해야 하느냐는 논의가 진행중인 상황에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니 법을 만들겠다는 발상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그는 "가장 중요한 문제인 대체인력에 대해 이제 논의를 시작했고 이 밖에도 풀어야할 문제들이 산더미"라며 "전공의들도 언젠가 개원의가 되고 봉직의가 되고 병원장이 될텐데 같은 의사를 구속시킬 수 있는 올가미를 만들 필요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처럼 그동안 침묵을 지켜 오던 병협이 특별법과 수련평가기구 독립에 대해 공식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하면서 과연 수련제도 개편안과 특별법 발의가 어떻게 진행될지가 관심사다.

병협 백민우 간사는 "굳이 병협 차원에서 대응할 이유가 없어 국회 공청회에 참여하지 않았더니 오히려 논의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병협이 비난받는 상황이 됐다"며 "굳이 처벌 조항을 넣겠다면 병협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 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수련제도 개편 협의체를 이끄는 보건복지부는 내부 일정 등을 이유로 포럼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빈축을 샀다.

포럼의 한 패널은 "키를 쥐고 있는 복지부가 자리를 피해버리면 결국 집안 싸움밖에 더 되겠느냐"며 "복지부의 특기가 또 나온 것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