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환자가 우리 병원에 온다면?'이라는 생각을 종종한다. 누구보다 환자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환자이송 노동자다. 병원에서 환자들과 가장 가까이 있는 직군 중 하나다. 아마 의사, 간호사만큼이나 다양한 환자를 만나고 얘기를 나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내가 근무하는 서울시 보라매병원에 메르스 확진 환자가 다녀갔다고 한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나는 그날 어디에 있었지?'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다행히(?) 난 메르스와는 전혀 상관없는 곳에 있었다.
병원은 14일 오후부터 응급실을 폐쇄하고 소독을 한 후 16일 오전 문을 열었다. 그리고 병원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고 메르스 관련 교육을 했다.
나도 메르스 덕분에 마스크를 쓰게 됐다. 비록 N95가 아니라 일회용 마스크인 덴탈마스크이긴 하지만 말이다.
평소 병원은 환자이송 노동자에게는 마스크를 쓰지 못하게 한다. 외부인들이 보면 '이송 중인 환자가 감염성이 높은 환자겠구나', '감염병이 있는 병원이구나'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핵 환자들이 있는 격리병실을 들어갈 때도 간호사는 N95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우리는 덴탈마스크를 쓰거나 맨몸으로 환자를 맞는다. 결핵 환자에게는 N95 마스크를 쓰게 해도 우리는 예외다.
환자가 기침이라도 하면 금방 바이러스가 전이되는 느낌이 들어 동네의원을 찾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실제로 결핵에 감염된 동료도 있다고 하니, 그 불안감은 더 크다.
덕분에 병원 직원들은 우리를 "움직이는 세균 덩어리"라고 부른다. 온 몸에 바이러스가 붙어 다닌다고 한다. 모든 환자를 전면 대응하고 전염성 강한 환자든 아니든 접촉이 많기 때문이다.
내가 메르스에 걸렸다면? "자가 격리 자신 없다"
보라매병원을 거쳐갔다는 메르스 환자의 사연을 언론에서 접했을 때, 나는 한숨부터 나왔다. 그가 처한 상황에 공감이 갔기 때문이다.
보라매병원을 경유한 메르스 환자는 137번. 그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차를 운전하는 이송 요원이었다. 그는 비정규직이라는 신분 때문에 회사 측에 몸의 이상 증세를 얘기할 수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잘릴까봐.'
나도 137번 환자와 똑같이 비정규직인 상황에서 메르스에 걸렸다면? 일을 그만두고 스스로를 재빠르게 격리할 자신이 없다.
비정규직이 받는 급여는 뻔하다. 일주일 이상을 자가 격리한다고 급여가 나오는 게 아니다. 최저 시급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일주일 이상을 쉬면 생계 자체가 곤란해질지도 모른다.
비정규직은 병원에 포함돼 있지 않은 직원이다. 병원은 우리를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를 고용한 중간 용역업체도 다시 새로운 사람을 고용하면 그만이다.
내가 처해 있는 상황만 생각하면 서운하다. 그래도 서서히 완쾌하고 얼굴빛이 달라지는 환자를 보면 기운이 난다. 퇴원했다가 외래를 찾은 환자가 "고생한다"며 음료수 하나라도 쥐여줄 때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메르스 때문에 병상에 누워 있는 환자들도 자리를 털고 일어나 우리들에게 보람을 안겨주길 기대해 본다.
* 이 글은 25일 서울시 보라매병원 박영복 환자이송노동자(58)와의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