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조제 활성화부터 처방전 리필제, 차등수가제 폐지 무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사태로 의료계에 쏟아지던 호의도 잠시, 연일 의료계를 옥죄는 법안이 발의되고, 의료계의 손톱 밑 가시로 분류되는 차등수가제 폐지도 불발되자 의료계는 "역시나"하는 허탈한 상황에 놓였다.
보건복지부는 29일 건강보험공단에서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차등수가제 폐지안을 의결 안건으로 상정했지만 22명 중 12명의 반대로 부결됐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30일 "회의에는 메르스 사태 때문에 복지부에서 차등수가제 폐지를 주장했던 담당 과장이 참석하지도 않았다. 공익 및 가입자 등 위원에 대한 설득 작업을 거쳤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에서 통과돼도 건정심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임을 실감했다. 통념상 건정심에서 부결된 안건을 다시 상정하는 것은 시간이 필요한 일임을 감안하면 답답하기만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관계자는 "차등수가제는 특정 진료과만의 문제가 아니다.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적으로 돌려놓기 위한 정의의 문젠데 말도 안되는 결과가 나왔다"라고 말했다.
메르스 정국 속에서 최근 잇달아 발의된 법안도 의료계의 한숨을 더 깊게 만들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은 의사의 사전 동의 없이 약사가 직접 대체조제를 할 수 있는 약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의료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어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은 감염병 환자를 진료한 병의원이 휴원하면 해당기관을 이용하던 만성질환자에게 한시적으로 처방전 재사용을 허용하는 감염병예방 관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처방전 리필제는 그동안 여러차례 입법시도가 있었지만 의료계가 강력하게 반대하는 상황. 박인숙 의원은 의료계 반발을 사자 약처방 관련 부분은 통째로 삭제하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경기도 C내과 원장은 "박인숙 의원은 특히나 의사 출신, 그거도 대학병원 교수 출신인데 의사의 처방권을 무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그동안 박 의원에게 보냈던 지지의 마음을 모두 걷고 싶을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의료단체 임원 역시 "연일 의료계를 압박하는 법안과 정책들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의료진 힘내야 한다며 응원하는 분위기가 무색할 정도다. 메르스 때문에 앞으로 강제법이 더 많이 나올텐데 더이상 일을 안하고 싶을 정도"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