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새 부쩍 야윈 몸에 축처진 어깨, 눈꺼풀을 들어올리는 것 조차 힘겨워 보이는 모습을 한 국립중앙의료원 권용진 기조실장(메르스 대책본부 상황실장).
7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메르스 정책과제 긴급진단 토론회에 주제발표자로 나선 권 기조실장은 평소 그의 모습이 아니었다.
휠체어에 몸을 의존해 이동한 후 진행요원의 부축을 받아 강단에 선 그는 "사실 NMC에는 여전히 메르스 환자가 치료 중이며 여전히 직원 중 일부는 격리상태에 있는 등 여전히 진행 중"이라면서 "메르스 사태 문제점을 지적하고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당일 오전 메르스 환자를 치료 중인 호흡기내과 의료진과 면담을 진행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면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20개월 된 아기가 있고 남편은 해외에 있어 어려운 상황임에도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에게 당직비도 못주면서 일하게 하고 싶지는 않다"면서 목이 메어 잠시 발표를 중단했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자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은 박수로 그를 응원했다.
그는 감정을 억누르며 "정부의 치밀한 조사와 보상이 필요하다"면서 "추경예산으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국민들도 안전을 기대한다면 돈을 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건강보험료가 흑자가 났으니 투자를 해야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돈이 안 남았어도 투자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NMC와 의무항공대 및 군병원, 원자력의학원을 주축으로 재난병원 컴플렉스를 구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응급의료체계와 재난시스템을 연계하자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이번 사태를 겪으며 재난 훈련장을 갖추고 있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며 "모의시설을 갖추고 지속적인 훈련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