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종사자, 이용자 모두 병원 안전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부족한 인력' 문제를 지적했다.
평소 병원이 안전한 곳인지에 대해서는 종사자 보다 이용자가 오히려 병원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하 NECA)는 14일 병원 종사자와 이용자를 대상으로 병원 의료서비스 이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안전문제 인식을 조사한 '이용자 및 종사자 병원안전 인식도 조사연구' 수행결과를 발표했다.
병원 안전은 '환자안전'을 중심으로 개념화돼 미국, 영국, 호주 등 주요국가에서 중요 의제로 다뤄왔으며, 조사연구 및 관리체계 운영·개선에 대한 논의가 다양하게 진행돼왔다.
반면 국내에서는 관련 연구 및 제도화 논의가 최근 활발해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NECA는 지난 2월부터 약 두 달간 서울 시내 병원 2개소, 종합병원 1개소, 상급종합병원 2개소의 병원 이용자(입원환자, 보호자)와 병원 종사자(의사, 간호사, 약사)를 대상으로 조사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병원이용자와 종사자는 '병원 안전'에 대해 떠오르는 이미지로 낙상(417건), 감염(330건), 사고(236건), 화재(181건), 투약(117건) 등을 꼽았다.
평소 병원이 얼마나 안전한 곳인지에 대해 병원 이용자는 종사자보다 병원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병원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형별 안전사고의 발생가능성에 대해 병원이용자 및 종사자 모두 '병원 내 감염' 발생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 안전사고 발생 시 심각성에 대해서는 이용자와 종사자 모두 '마취 사고 및 시술·수술 사고'의 심각성을 가장 높게 인식하고 있었으며, 이어 오진, 의약품 사고, 병원 감염, 의료기기 사고 문제를 꼽았다.
전체적으로 병원이용자보다 병원종사자가 병원 내 안전사고의 심각성을 더 높게 인지하고 있었으며, '병원 내 감염'에 대해서도 병원종사자(81.2%)가 병원이용자(73%)보다 그 심각성을 크게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안전사고, 문제는 '부족한 인력'
병원 안전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이용자(28.3%)와 종사자(40.8%) 모두 '부족한 인력' 문제를 동일하게 지적했다.
이용자의 경우 부주의(13.5%), 진료시간 부족(12.5%), 숙련도 부족(11.1%), 환자 정보 공유 부족(10.4%)을 이어서 꼽았고, 종사자의 경우 안전관리시스템 미흡(12.1%), 부주의(11.5%) 순으로 응답했다.
병원 이용자와 종사자가 병원 안전문제 개선에 중요하다고 인식한 항목은 ▲의료인 수 확충 ▲교육훈련 확대 ▲환자 당 진료시간 증가 ▲의료인 근로시간 단축이었다.
그러나 병원 안전사고 공개, 안전사고 발생에 따른 면허정지 및 벌금부과, 잘못된 의료행위에 대한 법적 소송, 위험 검사에 대한 사용 제한 등에 대해서는 이용자와 종사자의 인식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병원 안전문제 개선의 주체로 병원이용자는 병원 경영자(31.4%)와 정부(30.1%)를 꼽는 등 병원체계 및 제도적 측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반면, 병원종사자들은 의사 개인(25.2%)과 병원 경영자(24.5%)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아울러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환자안전법'에 대해서는 병원 종사자의 33.5%가 인지하고 있는 반면, 이용자의 인지도는 14.4%에 그쳤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김수경 선임연구위원은 "병원이용자와 종사자들은 병원안전문제 발생가능성과 심각성을 이미 인지하고 있지만, 관련 연구 및 제도 마련은 충분하지 못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정부에서 환자안전법 관련 세부 시행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인과 일반대중의 병원안전 인식수준을 주기적으로 조사․점검함으로써 환자안전 정책에 반영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공동연구책임자인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는 "환자안전 의제 공론화, 정부‧의료계 주도 병원안전 정보 공개, 안전 커뮤니케이션 방안 개발 등 다각적 노력을 기울여 보건의료 안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