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간호사님, 저 병동으로 안 보내주시면 그만두겠습니다. 내년이면 후배들이 들어올텐데 병동에 대해 아는 것도 없는 선배가 되긴 싫습니다."
"병동에서 이만하면 중환자실로 보내주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중환자실에 가서 제대로 배우고 싶어요."
수년 전,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간호등급제 시행 이전 모 중소병원 간호사들의 얘기다.
얼마 전 만난 모 중소병원장은 "당시만 해도 간호사들은 외래에서 경력이 쌓이면 병동으로 또 중환자실로 옮겨 근무하길 원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그는 이어 요즘 달라진 풍경을 전했다.
간호등급제가 시행된 이후 그렇게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노력하던 간호사는 사라졌다.
외래를 선호하고 업무 강도가 높은 병동이나 중환자실에 대한 기피현상은 심각해지고 있으며 그나마도 장기근무하는 직원 수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그 병원장은 이 같은 변화를 간호등급제 시행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봤다.
간호사 인력은 늘 부족하다보니 소위 말하는 '갑'의 위치에서 일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실제로 간호등급제 시행 이후 상급종합병원으로 간호사 이탈이 본격화 되면서 중소병원은 늘 간호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더 문제는 포괄간호서비스가 시행되면 중소병원의 간호인력난은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메르스 이후 급물살을 타고 진행되고 있는 포괄간호서비스를 두고 중소병원은 간호등급제 이상의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제 간호사 없어서 문 닫는다는 게 현실화될 것"이라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하지만 일부에 한해 시행할 예정이라던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중 국공립병원은 물론 수도권 전문병원까지도 신청 대상으로 확대했다.
포괄간호서비스가 대세로 접어들었음을 부인하는 중소병원장은 없을 것이다. 다만 중소병원이 굴러갈 수 있을 정도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최근 밀어부치기식으로 포괄간호서비스를 추진 중인 정부는 각 지역 내 중소병원의 역할을 잠시 잊은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