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주치의 제도가 필요한 게 아닌지 고민해 볼 때다."
정부에서 나온 주장이 아니다. 주치의제나 인두제에 대해 극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던 의사회에서 나온 목소리다.
내과의사회가 상담료 수가 신설과 일차의료 시범사업으로 활로를 모색한 가운데 가정의학과의사회는 '가족주치의제' 신설 목소리를 내고 있다.
6일 가정의학과의사회는 백범기념관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금연사업 등 의사회와 관련된 의료 현안에 대해 공개했다.
이날 유태욱 회장은 '주치의제'라는 민감한 주제를 서두로 올렸다.
유 회장은 "의료계가 어렵다고 하는데 의사가 해야할 일에 대한 가치를 찾고 가정의학과가 할 수 있는 포괄적 진료와 지역사회의 게이트 키퍼 역할을 고민해야 할 때다"며 "노인의 치료와 건강관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출산과 청년실업, 고령화 사회 진입과 같은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노인이라는 정의가 사회적으로 65세로 고정돼 있지만 이를 70세 이상으로 바꿔 노인의 웰빙과 웰케어의 질을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65세 이상 노인이 의료전달체계를 무시한 상급종합병원 이용과 의료쇼핑 등으로 무분별하게 의료자원을 낭비하면서 오히려 전체적인 의료재원의 효율적 배분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
유태욱 회장은 "가정의학과에서는 70세부터 90세까지 연령군에 대해 가칭 가족주치의 제도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며 "70세 이상 노인이 건강하게 여생을 누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만은 없다"고 지적했다.
노인에게만 한정적으로 주치의제를 도입해 의료쇼핑으로 파생되는 의료자원 낭비를 막고 주기적인 노인 건강관리를 통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의료비의 추가 지출도 막아보자는 게 유 회장의 복안.
이호상 부회장은 "사회적으로도 65세 이상 노인의 의료비 급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에 대한 해결방안은 노인의 치료를 전담할 의료 인력을 배분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인의 의료비 급증은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과도 결부돼 있다"며 "노인들의 의료쇼핑이 중복되는 불필요한 치료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유태욱 회장이 주치의제를 꺼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내과의사회도 '패러다임 쉬프트'를 주창하며 일차의료 시범사업 참여를 주장한 바 있다.
일차의료 시범사업을 통해 상담 수가를 신설, 전체 개원가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는 게 의사회의 판단.
이날 대한위장내시경학회도 치료보다 예방이라는 패러다임 변화로 활로 개척을 알렸다.
대한위장내시경학회 이명희 이사장은 "새로운 수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내과는 정말 힘든 상황이다"며 "임상예방 서비스라고 해서 선진국은 교육하고 상당하는 수가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병이 발생한 이후 사회적인 비용을 들이는 것보다 나중의 발병 위험을 줄이는 게 사회적으로도 이익이다"며 "정부에서도 예방으로의 의료 패러다임 변화를 조금씩 생각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연도 질병이기 때문에 금연 약 처방으로 쉽게 고칠 수 있는 게 아니라 중독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며 "내과에서는 일단 금연 치료에 대한 의사들에 대한 인센티브 신설과 교육, 상담에 대한 수가 마련을 최우선으로 접근하겠다"고 덧붙였다.
가정의학과의사회 이호상 부회장은 "금연 치료에서 심층 상담료가 인정된다고 하면 금연교육의 의무화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가정의학과의사회도 상담 수가 신설에 찬성한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