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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같은데 가는 길 다른 산부인과의사회 집행부-비대위

박양명
발행날짜: 2015-09-21 11:58:44

분석집행부 "대의원총회"에 "회원총회"로 맞불, 갈등 고착화 조짐

|뉴스분석|대한산부인과의사회 내분

'회원을 위한 의사회 정상화'라는 공통된 대의 아래 두 세력이 극단의 주장을 하며 대립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이야기다.

회장 선거 직선제 전환을 놓고 '정관'에 따른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집행부와 정관보다 '회원총회'를 앞세우는 서울·경기·강원 지회가 1년이 훌쩍 넘도록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산부인과의사회 내부 분열은 경기도의사회 대의원회 의장과 운영위원회의 갈등, 대한소아청소년개원의사회의 직선제 전환을 둘러싼 갈등 등 일련의 의사회 내분 문제와 닮아있다.

하지만 산부인과의사회 대립은 고소·고발전으로 이어지면서 감정이 상할대로 상한 상태라는 점이 타의사회와 차이점이다.

여기다 한 지붕 아래 '대책위원회'를 따로 구성해 각각 대의원총회와 회원총회 개최를 예고하며 의사회 정상화라는 공통된 주장을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이 같은 대립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산부인과의사회 회무는 정체 상황이다. 예산 집행을 위한 대의원총회도 못해 회무를 위한 최소한의 비용만 사용하고 있으며 회원들의 온라인 소통 창구인 게시판도 5개월째 폐쇄 상태다.

하지만 집행부와 비대위 모두 서로의 상황을 부정하고 있는데다 갈라설 수도 있다는 최악의 상황도 고려하고 있는 만큼 어느 한쪽이 총회를 성공적으로 이뤄낸다고 해도 갈등 봉합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서울·경기·강원 지회 주도 회원총회는 정당성 얻을 수 있을까?

여기에 비대위는 대의원총회 개최 일주일 전인 다음 달 11일 회원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서울·경기·강원 지회가 따로 주관해서 열고 있는 학술대회 기간 중에 말이다.

회원총회 안건은 정관 제정과 선관위 선출 등 두 가지다.

현재 900명이 회원총회 참석 관련 위임장을 보낸 상태고 회원총회 당일에만 300~400명의 회원이 참석할 것이라고 비대위는 예상하고 있다.

이동욱 비대위원장은 "과거 대의원총회 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을 때 법원은 한 번도 유효한 대의원이 있은 적이 없다고 했다"며 "정관은 불법 대의원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정관 자체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관위가 꾸려지면 회장 선거 공고를 내고, 모바일 투표 직선제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원총회를 법적 하자 없이 추진하기 위해 대한한의사협회 사원총회 결의 사항 중 법정 다툼까지 간 내용도 검토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해 9월 열린 한의협 사원총회 결의 사항 중 대의원총회 의장단과 중앙감사를 전원 해임하고 3년간 피선거권을 박탈하기로 결의한 것을 무효라고 판단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사원총회에서의 해임 결의는 정관이 정한 징계 절차에 위배돼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밝혔다.

비상대책위가 회원총회 개최를 위해 받은 위임장
이동욱 비대위원장은 "한의협도 정관에 회원총회에 관한 규정이 없었다"며 "정관에 없으면 민법에 준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집행부 해고 결의는 할 수 없다는 내용의 판결문을 참고해 회원총회 안건과 방향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집행부는 '정관'에 없는 내용이라며 회원총회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박노준 회장은 "소청과의사회가 회원총회를 통해 직선제 전환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정관에 대의원총회보다 회원총회가 우선이라는 규정이 있다"며 "산부인과의사회 정관에는 회원총회에 대한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원총회를 설사 개최하더라도 회원의 개념에 대해서는 다시 정해야 한다. 소청과의사회 회원총회에서도 2년 이상 회비 납부를 한 사람이 투표를 할 수 있었다"며 "위임장을 제출한 회원 중 2년간 의사회비를 납부한 사람 숫자를 헤아려보면 그 수가 턱없이 적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의사회 전체 회원 수가 3600명 정도 되는데 2년 이상 회비를 낸 회원은 1300여명"이라며 "회원총회 위임장을 낸 회원과 참여 회원 중 2년 이상 회비를 낸 회원은 얼마나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집행부의 대의원총회, 개최될 수 있을까?

박노준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 집행부는 회장 선거를 직선제로 전환하더라도 산부인과의사회 '정관'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관의 사전적 의미는 회사 또는 법인의 자주적 법규를 말한다. 실질적으로는 단체 또는 법인의 조직·활동을 정한 근본 규칙을 뜻한다.

집행부는 정관에 따라 다음 달 18일 산부인과의사회 학술대회에서 대의원총회를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서울·경기·강원 지회를 제외한 다른 시도지회는 대의원 선출을 정관에 따라 다시 선출했다.

법원이 의사회 서울지회가 낸 지난해 10월 회장 선거가 예정돼 있던 대의원총회 개최 금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대의원이 정관에 따라 적법하게 선출되지 않았다"고 했기 때문이다.

박노준 회장은 "회장 선거를 직선제로 전환하더라도 정관에 따라 대의원총회에서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대의원의 의미 자체가 회원의 뜻을 대신한다는 것인데 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대의원회를 정상화해서 정관을 바꾸는 게 먼저"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대의원총회 개최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다 대의원총회 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을 또 냈기 때문이다.

집행부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4월 대의원총회를 추진했지만 번번이 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막혔다.

이동욱 비대위원장은 "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을 2번이나 법원이 받아들였기 때문에 이번에도 무난히 (개최금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