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정부가 권역응급의료센터에 격리병상을 강화하겠다고 나서자 해당 의료기관에선 당장 재정 부담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복지부는 올해 초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통해 전문의(당직 전문의), 간호인력, 시설 등을 대폭 강화하는 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메르스를 호되게 겪은 복지부는 최근 재입법예고를 통해 격리병상 기준을 한단계 높였다.
복지부가 내놓은 재입법예고안을 살펴보면 음압격리병상을 2개 이상 설치하고, 1인 격리병상을 3개 이상 마련해야한다.
이를 두고 병원계는 "음압병상은 1개면 충분하다. 그 이상은 효율성이 떨어지는 투자"라며 재정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일반 격리병상은 그렇다 손치더라도 병상 한개 만드는 데 1억원 이상이 필요한 음압격리병상을 늘리는 것은 만만치 않다는 게 병원계 입장이다.
정부는 음압병상을 2개 이상 설치하도록 함과 동시에 한개 병상에 대해선 정부가 비용을 부담하고, 나머지 한개 병상은 병원이 부담하는 방안을 내놨다.
예산도 문제지만 응급실 운영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대한응급의학회 한 임원은 "응급실은 환자가 머무는 곳이 아니라 거쳐가는 곳이기 때문에 병상을 늘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게다가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음압병상을 2개 이상 설치하도록 하는 것은 낭비"라고 지적했다.
한편, 권역응급센터 개편으로 인근 의료기관의 응급실 기능이 축소되는 등 균형적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권역센터에 전문의는 물론 간호인력을 늘리는 만큼 인근 의료기관 응급실 전담 인력이 빠져나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역응급의료센터를 운영 중인 한 병원장은 "권역센터 규모를 늘리기에 집중하기 보다는 응급구조 및 이송 등 응급의료가 제공되는 각 단계를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계기로 기존의 응급의료 기능이 축소된다면 이는 환자들에게 오히려 손해"라며 "중증도에 맞는 응급진료를 제공하되 기존의 응급의료 기능은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