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환자 과밀화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대한응급의학회는 15일 송도 컨벤시아에서 추계학술대회 특별심포지엄을 열고 병원별 응급실 내 환자 체류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이날 사례 발표에 나선 병원들은 응급실 체류시간을 줄이는 확실한 해법을 제시하기 보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재확인했다.
특히 응급실 과밀화가 극심한 빅5병원 중 하나인 세브란스병원 박인철 교수는 "파격적인 시도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지만 과밀화 지수는 여전히 상위 5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은 응급실 접수 전 진료를 실시하고 경증환자는 응급실에서 당일 외래로 환자를 보낼 수 있도록 병원 차원에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한 응급환자는 진료과간 병동제한 없이 모든 병동에 입원을 허용하고 전일퇴원제를 도입했다.
박 교수는 "일부 과에서는 회진을 돌때 전체 병원을 돌아다녀야하는 불편이 발생하지만 응급실 과밀화를 해결하려면 달리 방법이 없었다"며 "전일퇴원제 또한 가능한 병동 순환을 빠르게 하기 위한 병원의 특단의 조치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이밖에도 도착예정환자를 사전에 파악해 신속하게 대응하고 경증구역에는 레이지보이 체어를 설치, 진료공간을 확보함으로써 과밀화를 해소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브란스병원은 여전히 응급실 내원 후 입원을 결정하기까지 평균 15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밖에도 길병원 등 대학병원도 병원차원에서 파격 시도를 통해 과밀화를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길병원 임용수 교수는 "병원이 환자 수용능력에 따라 응급실 환자 체류시간이 변화한다"면서 "외상 및 소아환자를 신속하게 진료하고자 외상 전문의와 응급실 내 소아청소년과 고년차를 투입한 것도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길병원은 응급실 프로세스 및 시스템을 개선하고자 전산콜 시스템을 구축하고 응급실 내 현황판 및 실시간 검사 모니터링을 도입하는 등 다각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임 교수는 "중요한 것은 병원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이라며 "응급환자 체류시간을 줄이는 것이 병원 운영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연 8만여명의 환자가 몰리는 길병원 응급실도 나름의 노력으로 소기의 성과는 내고 있지만 여전히 과밀화 해소는 풀어야할 숙제다.
명지병원 또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내과 환자의 입원을 결정하면서 체류시간을 대폭 단축했지만 응급실 환자의 체류시간 단축은 현재진행형이다.
명지병원 이경미 교수는 "응급실 콜을 받고 해당과 전공의가 내려와서 진료한 후 입원을 결정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응급의학과에서 입원 결정을 맡기로 했다"며 "응급실 과밀화는 병원 차원에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