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시행된 65세 이상 노인독감 무료접종 사업과 관련해 일선 병의원이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가 차원의 배분 통제를 철폐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부 의원이 노인독감 물량의 상당수를 독점하며 수급난을 부채질하는 상황이 매년 반복될 수 있는 만큼 소아 인플루엔자 NIP 방식처럼 개원가가 직접 백신 물량을 사입해 접종하거나 바우처 제도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개선하자는 것이다.
16일 개원가에 문의한 결과 다수의 의료기관이 노인독감 재고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반면 일부는 보유분이 넘쳐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백신 재고물량 수급난은 이미 이달 초부터 진행됐다.
무료접종이 시작되자마자 예상보다 많은 환자들이 몰리면서 시행 이틀부터 재고분이 동이 나는 현상이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는 의료기관의 수량 부족 호소에 의료기관 자체 보유 백신까지 접종하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긴급 추가 신청 수량 제한으로 인해 수급난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았다.
문제는 사전 물량을 다량으로 신청한 일부 의원들의 경우 반품을 걱정할 정도로 보유 물량이 충분하다는 점. 노인도감 수급에도 빈익빈부익부가 현실화된 만큼 국가 통제의 백신 배분 방식에 허점이 노출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질본의 예방접종도우미 사이트에서 확인한 결과 서울을 비롯한 16개 시도에서 적게는 100개 이상, 많게는 200개 이상의 재고물량을 보유한 의원급 의료기관만 수 십곳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기도의 A 원장은 "다수의 의료기관은 백신 확보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지만 일부 의원은 재고 물량이 남아도는 것으로 안다"며 "노인독감 접종 시행 2주가 지나면서 벌써 끝물 분위기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 접종할 수량보다 더 많이 신청한 기관은 지금 반품을 걱정할 정도가 됐지만 다수의 기관은 아직도 백신이 없어 환자를 돌려보내고 있다"며 "더 큰 문제는 국가 통제의 백신 배분에 문제가 내년에도 반복되지 말란 법이 없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인들이 백신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아예 접종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차라리 정부가 노인독감을 배분하지 말고 의사들이 알아서 백신을 사입해 접종 후 청구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고 역설했다.
국가 통제의 배분이 과잉 생산이나 반품으로 폐기처분해야 하는 백신량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배분에 실패할 경우 올해와 같은 수급난이 매년 반복될 수 있다는 소리다.
A 원장은 "소아 인플루엔자 NIP 사업처럼 의사들이 직접 백신을 사입해서 접종비와 약가를 함께 청구하는 방식으로 가면 수급 문제는 말끔히 해소된다"며 "소아 NIP 사업 방식에서는 백신 수급난이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바우처 제도 도입도 해법으로 제시됐다.
강원도의 B 원장은 "정부가 어르신들의 편의와 의학적인 안전성을 우선시 한다면, 지금처럼 정부가 지시 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민간의 자율성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예컨대 각 지자체는 어르신들께 접종 기간이 분산되도록 정해진 바우처를 나눠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르신들이 백신 접종으로 한 두번 헛걸음을 하면 결국은 접종을 아예 포기하게 된다"며 "그럴 바에야 바우처 제도를 통해 자주 왕래하던 병의원에서 맞게 하면 수급난은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수급난의 원인은 보건당국이 전산망에 의해 우리나라의 모든 보건사업을 빡빡하게 통제하겠다는 속셈 때문이다"며 "정부가 다 알아서 하겠다는 방식 대신 민간이 수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변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