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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병원 굴레 벗겠다" 보라매병원 상급종병 담금질

발행날짜: 2015-10-29 05:11:55

적정성평가·진료비 청구액 등 객관적 지표 상급종병 수준 이상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 중인 서울시립보라매병원이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엿보고 있다.

28일 서울시립보라매병원 김병관 기획조정실장은 "의료 질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시립병원이라는 이유로 환자들이 막연하게 의료 질이 낮다고 평가하는 등 의료환경 변화로 상급종합병원으로의 전환이 필요해짐에 따라 이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와 관련된 논의는 수년 전부터 진행됐지만 최근 구체화되고 있다"며 "서울시 측과도 긴밀하게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보라매병원 전경
의료진 등 교직원 공감대 형성…긍정적 검토

그에 따르면 최근 보라매병원은 전체 교수 및 교직원 워크샵에서 상급종합병원 전환 필요성 등 발표를 진행했으며 다수의 교수 및 직원들과 긍정적으로 검토해볼만 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앞서 서울시가 진행한 서울시 산하 시립병원 활성화 방안 연구용역 결과에서도 보라매병원은 상급종합병원으로 전환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김 기획조정실장은 "물론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받는 것은 준비할 것도 많고 간단치 않은 일인 만큼 이제 공감대를 형성해나가는 과정으로 보면 될 것"이라며 "이에 대한 교직원들의 의지는 꽤 높다"고 전했다.

적정성평가·진료비 이미 상급종병 수준

사실 보라매병원의 객관적 지표는 이미 상급종합병원 수준에 도달해 있는 상태다.

실제로 2014년 기준 심평원 적정성평가 결과에 따르면 보라매병원은 위암 및 간암 등 수술별 진료량, 항생제 처방률 등 총 17개 지표 중 16개 지표에서 1등급을 획득했다.

또한 최근 2년간(2013년, 2014년 기준) 상급종합병원 총진료비와 비교해보면 보라매병원은 2013년도 1324억원, 2014년도 1440억원으로 건국대병원보다 낮지만 순천향대천안병원 보다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44개 상급종합병원 중 순위(총진료비 기준)를 매기자면 22위인 셈.

심평원 2013년 2014년도 상급종합병원 진료비 청구액 순위
특히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큰 변수 중 하나인 중증도 평가에서 췌장암 등 암환자 수술건수가 많고 관상동맥우회술, 폐암 등 진료결과도 1등급이라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지난해 SCI급 논문은 약 140여건 발표하는 등 의료 질 뿐만 아니라 임상, 연구 등 각 분야에서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을 갖췄다.

의료급여 환자 진료비는 시립병원 수준 유지 검토

다만,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3차병원으로 지정돼 진료비 부담이 커지면 저소득층을 위한 진료를 하는 병원의 설립 취지가 퇴색되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병원 측에서도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으로 상급종합병원을 추진하기 이전에 서울시 측과 해결해야할 최대 과제라고 보고 있다.

가장 우선 검토하고 있는 방안은 3차 의료기관으로 지정되더라도 의료급여 및 차상위계층 환자에 대해선 현재 진료비 수준을 유지하는 것. 이는 서울시 조례를 변경하면 가능할 전망이다.

또한 두번째 방안은 의료급여 및 차상위계층 환자 진료비를 서울시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환자본인부담금은 그대로 유지하되 그만큼을 서울시에서 병원에 지급하는 식이다.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받은 이후에도 의료급여 및 차상위계층 이외 일반 환자까지 3차 의료기관 진료비를 받지 않으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병원 측의 생각.

저소득층에게는 진료비 경감 혜택을 주되 일반 환자에 대해서는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고 있다.

서울시가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환자 의료 요구도 변화…시립병원도 변해야 산다

현재 보라매병원의 전체 입원 환자 중 의료급여환자 비중은 20%. 이 환자에 대한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진료비를 인정받지 못하면서도 3차병원 지정을 추진하는 이유가 뭘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환자들의 의료서비스 요구도가 변화함에 따른 나름의 생존전략이다.

서울시가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시민이 기대하는 시립병원'이라는 주제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의료 질이 높아 믿고 갈 수 있는 병원'이라는 응답이 37.7%로 가장 높았다.

'가격이 저렴해서 부담없이 방문 가능한 병원'이라는 응답은 31%로 의료비보다 의료 질을 우선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 또한 '돈이 안되도 꼭 필요한 의료영역을 제공하는 병원'이라는 응답률은 12%에 그쳤다.

장기적 관점에서 시민들의 의료 요구도가 변화한 만큼 보라매병원도 변화해야 성장할 수 있다는 게 병원 측이 내린 결론이다.

이를 추진 중인 보라매병원 이진용 교수(공공의료사업단)는 "그런 의미에서 보라매병원의 상급종합병원 추진은 지속성장을 위한 혹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고 전했다.
보라매병원 공공의료사업단 이진용 교수
"저소득층 환자는 최상의 진료를 받으면 안되나?"

보라매병원 공공의료사업단 이진용 교수(의료관리학)는 보라매병원이 시립병원으로서 3차병원 추진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에 대해 이같이 되받아쳤다.

그는 "저소득층 환자일수록 의료의 질이 우수한 병원에서 치료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자신을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외쳐온 사람 중 한명이라고 소개하며 여전히 저소득층 환자는 의료비 부담 없이 진료받을 수 있어야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소위 말하는 좌파라고 당당히 밝힌 그가 보라매병원의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앞장서 추진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시립병원도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그는 "환자들은 시립병원이라고 하면 일단 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상급종합병원의 타이틀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시의 적극적인 투자로 일부 시립병원이 우수한 시설을 갖췄지만 의료 질에 대해선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

이 교수는 "보라매병원은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립병원의 모델을 제시하고 싶다"며 "이는 의료진 이외 직원들의 사기를 위해서라도 중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