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거진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 선거 무효 논란의 장본인으로 지목된 변영우 전 대의원회 의장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변 전 의장은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지만 민초 회원들과 대의원 일각에선 "변 의장이 대의원회 운영위 규정은 의결된 바 없고 따라서 책임질 일은 없다는 애매한 화법으로 화살을 비껴가려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31일 대의원회는 전임 의장단과 상견례를 개최하고 최근 불거진 대의원회 의장 선거 무효 논란에 대한 '묘수' 찾기에 돌입했지만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참석자에 따르면 이날 상견례에서는 운영위 규정 무효파와 유효파 간의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대다수 참석자는 "의협이 이번 일로 분열되면 모양새가 안 좋으니 화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자"는 데는 동의했지만 해결 방법론과 책임 소재 구분에는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모 참석자는 "변영우 전 의장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고 했지만 정관 위배는 없었다는 입장이었다"며 "혼란 수습을 위해 도의적으로 사과할 게 있으면 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의 언급을 종합하면 변영우 전 의장은 2013년 운영위 규정이 의결된 바 없어 (연장자 당선 규정이 없는) 2007년 규정을 적용해 임수흠 의장을 선출했다고 주장했다. 선거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소리다.
이채현 전 의장은 세칙 12조를 근거로 변 전 의장의 손을 들어줬다. 대의원회 의장, 부의장, 부회장, 감사 선출과 관련된 세칙 12조는 "의장 선거의 제1차 투표에서 제적 대의원의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다득표자 1, 2위 후보에 대해 결선투표를 해 다수결로 선출한다"고 명시해 놨다.
이채현 전 의장은 세칙에서 다수결로 선출한다고 돼 있기 때문에 다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선거를 진행한 지난 4월 의장 선거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 운영위 규정은 협회 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선거에 적용할 수 없다는 논리도 곁들였다.
"대의원회 실수 인정하고 사과하자" vs "사과할 일 없다"
대의원회 질타는 신민호 부의장이 총대를 멨다.
모 참석자에 따르면 신민호 부의장은 변영우 전 의장이 보낸 공문 자료들을 종합해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신민호 부의장의 주장은 2013년도 운영위 개정 규정을 바탕으로 회무를 집행한 증거가 많다는 것.
신 부의장은 ▲변영우 전 의장의 2013년도 운영위 개정 규정 공고 공문 발송 ▲노환규 전 회장의 불신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2013년도 운영위 규정이 적용된 점 ▲방상혁, 임병석 퇴직금 반환 소송시 운영위 규정을 근거로 집행부를 압박한 점 ▲운영위 기록 중 의결됐다는 표현이 들어있다는 점을 들었다.
5기 운영위원은 "방상혁, 임병석 이사의 불신임 이후 퇴직금 반환 소송이 벌어졌고 법원은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며 "당시 집행부를 압박해 이의신청을 하라고 한 것이 바로 대의원회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변영우 전 의장이 수장으로 있는 대의원회가 2013년도 운영위 규정을 근거로 집행부에 이의신청을 하라고 했다"며 "이는 당시 대의원회가 2013년도 운영위 규정을 유효하다고 판단한 증거"라고 비판했다.
2013년도 운영위 규정을 이른 바 '노환규 회장 탄핵용'으로 사용해 놓고 이제와서 의결된 적이 없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신민호 부의장의 주장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신민호 부의장은 "세칙 14조에 '세칙에서 정하지 않은 사항은 협회 규정으로 정한다'고 돼 있고, 협회 제 규정에는 운영위 규정도 포함된다"는 논리로 이채현 전 의장을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의결 절차가 적법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5기 운영위원은 "변영우 전 의장은 의결 자체가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대의원회의 서류를 정리하다 보니 동 규정이 의결됐다는 표현이 나온다"며 "총회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규정 중 수정할 부분을 손 본 후 보고하자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를 종합하면 변영우 전 의장이 2013년 운영위 규정을 무효로 생각해 의장 선거를 진행한 것이 아니라 연장자 당선 규정을 숙지하지 못해 3차 투표를 진행한 셈이다.
이날 신민호 부의장은 "대의원회의 실수를 인정하고 우리 모두 이창 후보에게 사과하자"고 촉구했지만 변영우 전 의장은 "사과할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변영우 전 의장이 애매한 화법으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자 상징적인 의미에서라도 징계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전국 시도의사회 민초 회원들은 임수흠 의장의 선거 무효 논란의 장본인이 변영우 전 의장이라며 중앙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일부 대의원회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변영우 전 의장의 말바꾸기를 공론화하겠다고 나선데 이어 감사 청구를 하겠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