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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못 구해 응급실 폐쇄 결정한 병원, 급한 불 껐지만…

손의식
발행날짜: 2015-11-06 13:07:47

하동병원 응급실 군 보건소 간호사 시한부 파견…"복귀 후 대안없다"

지역 내 유일한 응급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던 하동병원이 간호사 구인난으로 응급실 폐쇄 위기에 쳐하자, 하동군은 보건소 인력을 응급실 전담간호사로 파견키로 했다.

그러나 2개월 한정 파견인데다 지역 내에서 간호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상황이라 하동병원의 응급실 폐쇄 위기는 지속될 것이며, 5만여 주민의 응급의료 접근성도 저하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하동병원 응급실 전경. <출처:다음로드뷰>
하동병원 "간호사 부족해 병동·응급실 2교대"

당초 하동병원은 응급실 간호사 구인 문제로 지난 10월 말까지 응급의료기관을 운영하고 11월 1일자로 응급실을 폐쇄할 계획이었다.

이에 하동군은 하동병원 응급실이 폐쇄될 경우 긴급을 요하는 환자 발생 시 군민의 생명을 위협할 우려가 높은 상황으로 판단하고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자 응급의료기관 지원시책 방안으로 보건소 간호 인력을 지원키로 하고, 지난 2일자로 보건소 간호사 2명을 파견근무 발령을 내렸다.

긴급 파견된 보건소 간호사 2명은 하동병원이 응급실 간호사를 구할 때까지 최대 2개월간 2인 1조로 응급실 간호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하동병원과 지역 주민 입장에선 급한 불은 끈 셈이지만 지역 내 고질적인 간호사 구인난에 비쳐볼 때 위기는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경남 하동군 하동읍에 위치한 하동병원은 183병상으로 인근에서 가장 큰 병원이며 유일하게 응급실까지 갖추고 있지만 심각한 간호사 구인 문제에 직면해 왔다.

이러다보니 기존 응급실 간호사들의 근무강도는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

하동병원 관계자는 메디칼타임즈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응급실 간호사들이 힘들게 버텨왔다"며 "8명 중 비번을 제외하고 6명이 데이, 이브닝, 나이트 근무하는데 데이와 이브닝, 이브닝과 나이트 등 2교대 식으로 같이 근무를 서는 식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병동도 상황은 마찬가지다"며 "응급실과 마찬가지로 2교대로 돌아가다보니 간호사들이 너무 힘들어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병원 간호사 중 하동에서 출근하는 이들은 전체의 10% 정도에 불과하다"며 "진주에서 출퇴근하는 이들도 있고 심지어 전남 광양에서도 출퇴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에 따르면 지역 내에서 유일하게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하지만 인력난을 이기지 못해 폐쇄를 결정했었다는 것.

병원 관계자는 "하동병원은 응급환자 때문에라도 반드시 필요한 기관이라고 자부심이 있고 실제로 초응급을 다투는 환자들도 종종 온다"며 "엄청난 적자를 감당하면서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었고 어떻게든 끌고 가고 싶었지만 간호사 인력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폐쇄를 결정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보건소 간호사 복귀하면 답 없어"

다행히 하동군보건소에서 2명의 간호인력을 2개월 간 지원키로 하면서 응급실 폐쇄는 막았지만 병원으로선 2개월 후가 걱정이다.

그는 "하동병원이 있는 지역은 시골이라 간호사를 찾기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지원 자체가 아예 없다"며 "급여가 낮은 것도 아닌데 간호사 자체가 없다보니 구하고 싶어도 못하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다보니 솔직히 2개월 후에 어떻게 할 수 있을 지 계획조차 세울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지자체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상남도의사회는 하동군의 판단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지방에서의 간호사 인력난 악순환을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 방안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경상남도의사회 박양동 회장 "악순환 고리 끊을 해법 없어"

경상남도의사회 박양동 회장.
경상남도의사회 박양동 회장은 "현재로서는 지방이나 시골의 간호사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지방에 있는 간호사들은 졸업하자마자 수도권으로 다 가고, 그나마 의원이나 중소병원 간호사는 지방의 큰 병원 간다. 위에서 빼가다보니 간호사 인력난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양동 회장은 "전체 간호인력 수급에 대해선 국가적으로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하동병원이 2개월 후에도 간호사를 구하지 못하면 일단 군이 아닌 도에서 나서서 공공의료 간호사라도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의료취약지에 대한 중앙정부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특별시 서북병원 나백주 원장(예방의학과)은 진안군의료원을 예로 들었다.

진안군의료원은 정부의 소아청소년과 의료취약지 거점의료기관 지원사업에 공모해 지난 6월 유일하게 선정됐다.

진안군의료원은 소아청소년과 신설에 1차년도 시설.장비비 1억 9200만원, 인건비 1억 2500만원, 2차년도부터 연간 2억 5000만원을 지원받아 소아청소년과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당시 정남 진안군의료원장은 "진안군에 소아청소년과가 없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는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설득해낸 결과"라며 "향후 임신.출산에서 양육까지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서 귀농, 귀촌 및 다문화 가족 유치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나백주 원장은 "진안군의료원처럼 의료취약지에서 민간병원의 불가피한 적자를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보전하며서 안정적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며 "간호사 역시 구하기 어렵지만 지원이 꾸준히 이어져야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응급실만 문제 아니다. 지방 전체 간호인력 부족, 공공 지원 절실"

지방 간호인력 문제는 응급실에 한정돼 접근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시민건강연구소 유원섭 건강정책연구센터장.
시민건강연구소 유원섭 건강정책연구센터장은 "많은 이들이 지방의 의료인력 부족으로 의사를 이야기하는데 간호사를 충원 못 해 의료기관의 기능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이 지방 병원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라고 말했다.

유원섭 센터장은 "간호사들이 병원을 지원 안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근무여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간호사가 떠나면 남아 있는 간호사들이 분담하다보니 업무가 힘들어지고 결국엔 다 떠나게 된다"며 "병원 간호인력의 안정적 확보는 병원 혼자 힘으로는 힘들다. 공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응급실 간호사에 한정돼 살펴볼 문제가 아니라는 것.

유 센터장은 "좋은 여건을 보장해줘야 하는데 병원 응급실 간호사에게만 따로 제공할 순 없다"며 "지방 간호 인력난은 응급실의 문제가 아니라 병원 전체 간호인력의 문제다. 지역사회 병원이 겪는 간호 인력난 문제가 응급실에서 드러난 것이지만 실은 지역사회 병원의 전체 간호 인력이 다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응급실 간호사에게만 처우를 개선할 순 없다. 그렇다고 하동병원이 전체 간호인력의 처우를 개선하려면 부담이 클 것"이라며 "해결을 위해선 공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 병원을 전부 공공병원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면 공공기관에서 민간 병원에 재정적인 지원을 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내 간호사가 없다고 해도 처우가 좋으면 수급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핵심은 지방의 간호 인력난이 응급실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이라며 "병원 혼자가 아닌 반드시 지역이 같이 풀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