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병원(김천제일병원)은 3년전 270병상에서 350병상으로 증축했지만 현재 40병상은 운영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한가지다. 간호사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포괄간호서비스를 어떻게 하란 말인가."
"의사가 없으면 해당 진료과를 폐쇄하면 되지만 간호사가 없으면 병동 자체를 폐쇄해야 한다. 그만큼 간호인력은 병원 운영의 핵심이다. 포괄간호서비스는 중소병원의 인력난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대한중소병원협회(회장 홍정용)는 7일 병원협회 소회의실에서 포괄간호서비스 시행과 관련해 제도개선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최근 중병협이 제안한 포괄간호서비스 TF를 구축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중소병원의 의견을 제시하기 위한 것.
이날 간담회에는 중병협 홍정용 회장(동부제일병원)을 비롯해 정영호 부회장(IS한림병원), 조한호 부회장(오산한국병원), 송중호 부회장(광명인병원), 강병직 대구경북협의회장(김천제일병원), 이성규 대외협력위원장(동군산병원) 등 각 지역에서 병원을 운영 중인 임원이 참석해 일선 의료현장에서의 고충을 토로했다.
특히 이날 참석한 중소병원장들은 당초 2018년부터 포괄간호서비스를 전면 확대해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바꿔 당장 2016년으로 앞당긴 것을 두고 강하게 우려를 제기했다.
간호사 인력 배출 등 준비기간이 필요한 일인데 당장 내년부터 전면 확대하는 것은 병원계 대혼란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정영호 부회장은 "앞서 간호사 인력 추계에 맞춰 발표한 계획을 갑자기 앞당기면 어떻게 하느냐"면서 "최대한 확대시행 시점을 늦추고 대상을 제한적으로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측도 할말은 많다.
앞서 간호인력난을 대비해 8년 전 1만명에 불과하던 간호사 배출을 2만명까지 늘려놨고, 포괄간호서비스 시행에 필요한 수가를 최대한 마련해놨는데 더 이상의 지원책이 필요하느냐는 입장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창준 보험정책과장은 "지난 9월 1일 메르스 대책 일환으로 포괄간호서비스를 앞당겨 시행하자는 안이 발표됐다"면서 "그마나 복지부 차원에서 최대한 늦춘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기재부 측은 올해 말부터 수도권 의료기관 및 상급종합병원까지 전면 확대시행하는 것이었지만 병원계 혼란을 우려해 2016년으로 늦추고 대상도 간호등급 3등급 이상인 의료기관에 호흡기질환 병동 등 제한했다는 게 그의 설명.
박지영 보험정책과 주무관은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신청 대상인 병원은 총 75곳이고 모두 신청한다고 해도 추가 채용 간호사는 100여명에 불과하다"며 "현재 감염의 우려가 높은 병동으로 제한해놨기 때문에 확대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영래 보험급여과장은 "중소병원이 우려하는 바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정책을 추진하는 입장에서도 간호인력의 대이동 혹은 쏠림현상은 부담"이라며 "최대한 파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