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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 불 떨어진 의협 "안경사법 철폐 서명 보내주세요"

손의식
발행날짜: 2015-11-14 06:00:59

법안소위 의원실에 회원 서명 청원 당부…"막기 쉽지 않다" 비관적 시각도

안과학회와 안과의사회의 안경사 단독법안 반대 기자회견 모습
다음주로 예정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의 대상에 타각적 굴절검사기기 사용을 골자로 하는 안경사법 제정(안)이 포함되면서 법안 통과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지도부는 회원을 대상으로 법안소위 의원들에게 안경사 단독법안 철폐 청원 서명을 제출할 것을 부탁하기까지 하는 분위기지만, 당장 다음주 열리는 법안소위에 영향을 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비관적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회 복지위 법안소위 심의대상에 안경사법 상정에 바빠진 의료계

지난 11일 국회 보건복지위 여야 간사(이명수 의원, 김성주 의원)는 다음주 열리는 법안소위에서 보건복지 관련 300여개 법안을 심의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문제는 안경사 법안은 안경사 자격과 면허 등을 별도 제정하는 독립 법안인 안경사법안(노영민 의원 대표발의)이 심의법안에 포함됐다는 것.

안과학회와 안과의사회를 필두로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등 의료계는 이 법안에 전면 반대하고 있지만, 안경사협회는 검영기와 세극등현미경, 시야계는 잠재적 위해성이 거의 없으며 각막곡률반경측정기와 안압계 역시 잠재적 위해성이 낮은 의료기기라는 이유로 안경사 사용 허용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5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안경사 단독법안을 발의한 노영민 의원(가운데)과 안경사협회 임원진
안경사협회 김영필 회장은 지난 5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시력검사 시 필요한 타각적 굴절검사기기를 사용해 정확한 검사를 실시함에도 불구하고 유독 우리나라만 이러한 기기들을 사용할 수 없다"면서 "안경사 제도가 국민 시력보호를 위해 도입된 것처럼 시대 흐름에 맞게 잘못된 제도나 규정도 변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보건복지부가 타각적 굴절검사에 대해 의료행위로 전제하면서 심의대상에서 제외되는 쪽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으나 여당의 요구로 법안소위 심의대상에 오르면서 상황은 변했다.

의협 "법안소위 의원실에 안경사법 철폐 서명 보내주세요" 당부

급박한 상황변화에 의협도 위기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의협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의협 지도부는 대관 업무만으로는 안경사 단독법안 저지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회원들을 대상으로 법안소위 의원실에 서명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의협 지도부가 회원들에게 배포한 서명서에는 이미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 안경사의 업무범위가 명확히 규정돼 있고, 동 법으로 보건의료인력을 포괄적으로 관리·감독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타각적 굴절검사는 눈에 대한 의학적인 전문지식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명백한 의료행위라는 점, 법 허용 시 타 직역에서도 의료행위 허용을 요구할 수 있어 궁극적으로 의료체계의 근간이 송두리째 흔들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는 위험천만한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 일각에선 법안 통과를 막기 쉽지 않은 상황에 이르렀다는 비관적 시각도 제기하고 있다.

한 안과 전문의는 "타각적 굴절검사가 아젠다처럼 보이지만 이 법안을 발판으로 미국과 같이 검안사가 왠만한 치료까지 가져갈 수 있다는 게 중요한 쟁점"이라며 "그렇게 되면 안과에서 사용하는 기기까지 안경사가 설치해서 볼 수도 있다. 당연히 기기회사의 매출은 증가할 것이고 산업육성 측면에서 정부의 뜻과 맞아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그는 안과의사회 및 안과학회의 대관업무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이미 의협 차원에서 막기 어려울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졌다. 사전에 안과의사회와 안과학회에서 발이 닳도록 국회를 들어갔어야 했다"며 "주위에선 이미 막기 쉽지 않은 지경에 이르렀다는 비관적 이야기도 있다. 실제로 몇일 안 남은 시점에서 뭘 할 수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전국 안과 병의원 1500곳, 안경사 법안이 왜 필요하나"

한편, 안과의원 접근성을 감안할 때 안경사로 하여금 타각적 굴절검사를 허용하는 것이 국민 눈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안경사협회는 지난 1993년 안경사의 자동굴절검사기 사용에 대한 헌재판결 당시 "안경사의 굴절검사행위는 눈에 알맞는 안경을 선택하기 위하여 비정시의 정도를 측정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비정시의 원인을 규명하여 이를 치료하는 의료행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국의 안과의원수는 501개소이나, 그 중 484개소가 시단위 지역에 집중돼 있고 불과 17개소만이 군단위지역에 분포돼 있어 모든 안경의 조제에 안과의사의 처방을 필요로 하게 한다면 날로 증가하고 있는 안경사용자의 굴절검사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고 일반국민의 의식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성남 김안과의원 김명성 원장
이에 대해 성남 김안과의원 김명성 원장(안과전문의)는 "현재 전국 안과병의원 숫자가 약 1500곳에 달하고 시골의 군지역에 안과가 없는 곳이 거의 없다"며 "국민의 눈 건강을 위해 안과접근성이 20여년 전 보다 쉬워진데다 무분별한 칼라렌즈 착용 등으로 국민 눈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에서 의료행위인 타각적굴절검사까지 안경사가 시행하도록 하는 것은 국민 눈 건강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까지 안경사가 타각적굴절검사를 못해서 대한민국 국민이 실명하거나 심각한 눈 건강에 이상을 초래한 사건이나 사례가 단 한건도 없다"며 "국민 눈 건강을 위해라도 안경사법의 개정은 절대 안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