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불공정거래행위 혐의로 조사받고 있는 '한국지멘스헬스케어'를 겨냥한 '안티 지멘스' 홈페이지(http://wemedi.kr)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멘스 의료장비 구매 시 주의사항부터 중소병의원 피해사례를 수집해 제공하는 이 홈페이지는 공정위에 지멘스를 고발한 영상의학과의원 관계자가 개설했다.
홈페이지 운영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멘스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영상의학과의원 20곳과 정보를 공유하고 고가의 유지보수 서비스를 받고 있어 소프트웨어 소유권이 지멘스에 있는 불합리성을 알지 못하고 있는 중소병의원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정보를 제공하고자 홈페이지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블로그를 운영했지만 '지멘스헬스케어' 이름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당사자 요청에 의해 일부 내용이 막혀 따로 홈페이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살펴본 안티 지멘스 홈페이지는 ▲지멘스 의료장비 구매 시 주의사항 ▲서비스키(라이센스키) ▲부품 가격 공개 필요성 ▲서비스키 소유권 주장과 부품가격 비공개로 발생되는 문제점 ▲터키 공정거래위원회 결정문·미국 FDA 문서 등 다른 국가 사례 ▲공정위 민원 내용 ▲중소병의원 피해사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멘스 및 관할회사(대리점)을 통해 장비 구매 시 계약서상 소프트웨어 소유권 문제를 분명히 하고, 부품가격이 어디에 공개돼 있는지 확인하는 동시에 주요 부품 가격을 계약서상에 첨부해 줄 것을 요청하라고 조언했다.
더불어 막연하게 장비를 구매하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같이 구매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소프트웨어 소유권은 지멘스에 있고 구매자는 사용권만 있다"는 문구를 슬쩍 끼워 넣어 구매자를 우롱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또 장비 유지보수에 필요한 프로그램 이상여부를 점검하고 오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소프트웨어 비밀번호를 의미하는 '서비스키'(라이센스키)와 관련해 부당함을 지적했다.
많은 중소병의원들이 지멘스와의 계약서 내용을 숙지하지 못하고 "소프트웨어 소유권은 지멘스에 있으며 구매자는 사용권만 있다"는 불공정한 계약조항이 들어있는 계약서로 장비를 구매했다는 것.
이 때문에 장비를 구매했지만 정작 소프트웨어 권리가 지멘스에 있다는 조항 때문에 추후 비용이 적게 드는 타 서비스업체로부터 유지보수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특히 홈페이지에는 운영자가 직·간접적으로 수집한 중소병의원 피해사례가 소개됐다.
사례를 살펴보면, 2015년 7월 노*방사선과는 CT 서버 부팅 불가 상태가 발생, 지멘스로부터 유지보수 계약을 하지 않고 서비스를 요청할 때만 비용을 계산하는 온콜(on call) 서비스로 점검 받고 서버 교체 보고서를 제출받았다.
하지만 지멘스에서 기술교육을 받은 타 업체 점검 결과 그래픽카드 팬이 고장 나 과열 문제가 발생한 만큼 그래픽카드만 교체하면 된다는 제안을 받고 용산에서 14만 원에 수리를 했다.
이는 지멘스가 장비 에러로그를 전혀 볼 수 없게 비밀번호로 잠궈 놓고 거짓된 정보로 수리비용을 더 받아낼 목적으로 소비자를 기만한 사례로 언급됐다.
2015년 7월 원*영상의학과의원 역시 비슷한 피해사례를 경험했다.
이 의원은 사용 중인 MRI 장비 이상이 발생해 점검을 요청했다.
당시 지멘스는 점검 결과 MRI 장비의 비싼 부품 중 하나로 -256도로 유지시켜주는 콜드헤드(cold head) 교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타 업체에 점검한 결과 다른 작은 부품(콤프레셔)을 교체해 수리를 완료했다는 것.
이 역시 지멘스가 장비 에러로그를 전혀 볼 수 없게 비밀번호로 잠궈 놓고 거짓된 정보로 수리비용을 더 받아낼 목적으로 소비자를 기만한 사례로 거론됐다.
이와 관련해 홈페이지 운영자는 "해당 의원 원장이 나를 찾아 서울까지 올라와 만났다"며 "그는 그동안 지멘스에 당한 게 많아 따질 게 있고 하니 함께 힘을 보태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밖에 중고 장비 매각 시 발생한 문제 또한 중소병의원 피해사례로 보고됐다.
성*병원은 지멘스 CT 장비를 장기간 사용하다 중고 장비로 매각하기 위해 견적을 받았다.
이때 매수희망가격을 1억 원 이상 제시한 업체 두 곳이 있었다.
하지만 지멘스 관할회사(대리점)은 장비에 설치된 프로그램 소유권이 지멘스에 있기 때문에 승낙 없이 마음대로 판매할 수 없으며 5000만 원에 구매하겠다는 매수희망가를 제시했다.
해당 병원은 지멘스 대리점에 상당기간 항의하고 다툰 뒤에야 (더 높은 매수가격을 제시한) 다른 업체에 CT 장비를 판매할 수 있었다.
이 사례를 근거로 홈페이지 운영자는 "장치에 설치된 프로그램 소유권이 지멘스에 있고 구매자는 사용권만 있다하더라도 적극적으로 항의하고 따지면 지멘스와 관할회사는 한걸음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례가 소문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은 분명해 보이나 이로 인해 소규모 기술서비스업체가 존속할 수 없다면 결국에는 지멘스의 독점적 횡포가 계속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