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의료일원화의 방안으로 보수교육을 통해 한의사에 의사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을 들고 나오자 의료계가 발칵 뒤집혔다.
특히 해당 방안을 상임이사회에서 제시한 인물이 추무진 의협회장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료계 안팎으로 추 회장의 '불통' 회무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상황.
의사 회원들은 추무진 회장이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막기 위해 한의사에게 의사면허를 내주는 더 큰 우를 범하려 한다며 탄핵 목소리까지 거세지고 있다.
24일 의협 관계자에 따르면 상임이사회에서 면허통합 관련 쟁점 사항을 제안한 인물이 추무진 회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3일 의협과 의학회는 공동으로 의협 회관 3층에서 의료일원화 관련 토론회를 개최하고 '미래의학과 의료의 기능 그리고 형태적 변화', '의료이원화의 실태와 문제점'의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문제는 보수교육을 통해 한의사에게 의사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이 의협의 입으로 직접 거론됐다는 점.
김봉옥 의협 부회장은 "현 한의사 자격이 있는 사람 중 의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교육과정 통합에 따른 통합면허 의사가 배출된 후 일정 교육에 따라 의사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언급을 일원화 추진 관련 쟁점 사항으로 제시했다.
이를 그대로 풀이하면 한의사가 원하면 의대 교육이나 이에 준하는 수련 과정 없이 의사 면허를 획득할 수 있다는 뜻.
회원들은 분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 회원은 "의협의 입에서 한의사에게 의사자격을 주겠다는 말이 나온 걸 아직도 믿지 못하겠다"며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막기위해 한의사에게 의사자격을 주겠다는 발상은 황당함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한의사의 의사자격 부여, 제안자는 추무진 회장
해당 방안의 제안자는 누굴까.
의협 관계자는 "의협 집행부가 동의한 의료일원화의 기본 원칙은 의대-한의대 교육과정 통합, 기존 면허자는 현 면허제도 유지, 의료일원화 특위 구성까지 세가지다"며 "이외 세부안은 상임이사들조차 동의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한의사에게 보수교육 후 의사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은 정책팀 등 내부에서 만들었겠지만 상임이사회에서 제안한 것은 추무진 회장이다"며 "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는지는 몰라도 내부에서 몇번을 반대했지만 생각을 접지 않은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상임이사회 회의에서도 이사진들이 반대했다"며 "상임이사회에서 의결되지 않아 그대로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토론회에서 일원화 쟁점 사항으로 해당 내용이 그대로 올라와 당황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8일 의협은 상임이사회를 통해 2025년까지 의료일원화를 하자는 내용 등을 논의했지만 이사진의 반대로 입장 정리에 실패한 바 있다.
의사자격까지 한의사에게 내주면서 의료일원화를 추진하는 속내 역시 추 회장의 의중과 맞닿아 있다.
또 다른 의협 관계자는 "추무진 회장은 한의사에 의사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해야만 한의계가 의료일원화를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른 바 당근책으로 이런 제안을 하려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추 회장의 불통 회무? 의협 내부도 파열음
의료일원화 세부 방안은 상임이사회에서 부결된 바 있지만 추무진 회장은 속도를 늦추지 않겠다는 입장.
추무진 회장은 토론회 말미에 "상임이사회에서 의료일원화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취합해 안건으로 협의체에 제시하겠다"며 "우리가 제시한다고 모든 것이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지만 토론을 거치면 여러가지가 바뀔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의협 내부의 의견 수렴과 통일까지 난관도 예상된다.
의협 관계자는 "의협이 의대-한의대 교육 일원화로 통합 면허를 발급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이는 현재 한의계가 주장하는 '한의사도 교육만 받으면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을 옹호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의사들의 필요에 의해 의료일원화를 추진하는게 아닌데도 마치 우리가 아쉬워서 요구하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며 "추 회장은 이를 공론화하자는 입장이지만 내부에서는 공론화 자체가 필요없다는 생각이다"고 선을 그었다.
다른 의협 관계자는 "세부 방안을 그대로 추진한다면 추무진 회장이 탄핵될 우려가 있다"며 "같은 집행부 인원으로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추무진 회장에 대한 우려와 경고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행부 모두가 추무진 회장의 생각에 동조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야 회원들도 안심할 수 있다"며 "동의되지 않은 안건이 추진되면 의료계 안팎의 반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