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간염 환자를 집단 발생시킨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이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에 대한 사회적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어 개원가의 이같은 홍보전략은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10일 일선 개원가에 따르면 수술이나 시술을 주로 하는 진료과를 중심으로 의료기기를 '일회용'으로만 사용한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전라북도 전주 D내과는 일회용 내시경 조직 검사에 사용하는 일회용 겸자를 사용하며 사용 후에는 바로 폐기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조직 검사에 사용하는 집게는 소독해서 재사용할 수 있는 재사용 검자와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겸자가 있다.
D내과 원장은 "조직 검사를 위해서는 겸자로 위나 대장의 살점을 떼어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당연히 피가 묻는다"며 "철저하게 소독하지 않으면 B형간염이나 C형간염, 에이즈, 매독 등 혈액으로 옮는 감염병에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의 내시경 세척 및 소독 지침 개정안에 따르면 일회용 주사침 및 생검 겸자는 소독해서 재사용하면 안 된다"며 "환자의 감염방지와 조직 검사 적절성을 위해 모든 내시경 검사에서 일회용 겸자만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C외과는 레이저선(fiber)을 일회용만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전면에 내세웠다. 레이저선은 하지 정맥류 환자 혈관에 레이저선을 삽입 후 혈관을 태워버리는 레이저 수술 때 쓰이는 것이다.
C외과 입구와 홈페이지에는 '개원이래 100% 모든 환자에게 1회용만 사용하고 있다'고 쓰여 있다.
C외과 원장은 "일회용이면 당연히 한 번만 쓰고 처분하는 것이지만 좋은 장비를 갖고 좋은 치료를 할 수 있다는 것을 환자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100% 일회용만 사용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레이저선은 소모가 되는 물질이다 보니 재사용 횟수가 많아지면 에너지 전도율 자체가 떨어져 정확한 치료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며 "물론 (재사용 시) 감염 문제에서 자유롭지도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다나의원 사태로 인한 의료기관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전체 의료계로 번지는 것을 막고 개원가가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봤다.
인천 D의원 원장은 "지금까지는 일회용 기기를 재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굳이 내세울 필요는 없었지만 다나의원 사태 이후 일회용 기기를 재사용하지 않을까 하는 환자들의 불신이 늘어난 것을 느낀다"며 "당연한 것을 특별한 것처럼 강조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지금으로선 개원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