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가 "협의체를 통한 의료일원화 논의는 즉각 중지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히자 의협 집행부가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
그간 의협 집행부는 '대의원회의 뜻'을 받들어 의료일원화를 추진해왔다는 입장. 반면 대의원회는 "기존 한의사에 대한 의사면허 부여를 제안한 적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집행부로선 의료일원화 중단이 그간 집행부를 둘러싼 루머들을 인정하는 셈이 되는 것은 물론, 임기 시작 7개월만에 추무진 회장의 레임덕까지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결론 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26일 대의원회 운영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의협 집행부가 대의원회의 수임사항이라는 이유로 의료일원화를 추진했다"며 "하지만 이는 대의원회의 뜻을 잘못 이해했거나 왜곡한 결과라는 판단이 든다"고 밝혔다.
앞서 추무진 의협 회장은 의료일원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의료일원화는 의료계의 오래된 숙원사업으로, 최근 십수년간 대의원총회 수임사항이며 의협의 막중한 과제이기도 하다"고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반면 대의원회는 "회원들의 정서와 어긋난, 내부적인 공론화도 거치지 않은, 내부적인 분란을 초래하며 오히려 복지부와 한의사들에게 이용당하는 협의체를 통한 의료일원화 논의는 즉각 중지돼야 한다"고 되레 집행부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 걸까.
대의원회 운영위 관계자는 "과거부터 대의원총회 수임사항으로 의료일원화가 의결된 것은 맞지만 대의원회의 일원화 방향은 현 의협 집행부의 방향과 달랐다"며 "누구도 기존 한의사에게 의사 면허를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한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원화 방식이 구체화된 2009년 제61차 대의원총회만 봐도 수임요지에 분명히 기존 한의사에 대한 의사면허 부여 금지가 나타나 있다"며 "이는 2010년에도 똑같이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의원회의 의료일원화 방안은 한의사들에게 면허를 주거나 현대 의료기기를 허용해 주는 방식이 아니었다"며 "따라서 집행부가 추진하는 일원화 방향은 결코 대의원회의 의중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대의원총회의 의료일원화 관련 논의는 2010년 의료일원화 용어 등장 이후 5년간 구체화된 부분이 없다. 그간 논의는 주로 ▲한의사 대상 강의 금지 ▲한방 부작용 신고센터 설립 ▲한의사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 금지 추진 등에 집중된다.
의협 주최의 의료일원화 토론에서 나온 "현 한의사 자격이 있는 사람 중 의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교육과정 통합에 따른 통합면허 의사가 배출된 후 일정 교육에 따라 의사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언급은 대의원회의 수임사항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
의협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의협 관계자는 "대의원회 수임사항에 현 한의사에 대한 자격 부여 방안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며 "연구용역 등을 통해 이런 방안을 구체화했고, 한번 논의해 보자는 의미로 토론회에 올린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대의원회가 중단을 하라고 하면 중단을 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집행부로서도 고심이 깊다"며 "추무진 회장의 생각은 의료일원화만이 의료의 미래와 회원들의 피해를 막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현 이원화된 체계가 계속된다면 국민들의 의료 선택에 대한 혼란 및 국민건강과 환자안전에 대한 우려, 지속적인 의료인력의 배출 증가가 맞물려 의사 회원과 국민 모두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판단.
그는 "집행부로서도 대의원회 말대로 의료일원화를 중단하면 마음이 편하다"며 "왜 거듭된 반대에도 불구하고 집행부가 의지를 보이는지 진심을 알아달라"고 말했다.
그는 "26일 복지부 한방 의료기기 발표설이 낭설로 밝혀진 것처럼 집행부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이 사실이 아닌게 많다"며 "일단 의료일원화 추진 중단은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루머에 대한 사과도 한 마디 없는 상황에서 아직도 집행부 흔들기가 아직도 진행형이라는 것이 우려된다"며 "집행부가 의료일원화를 접는다고 하면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해 레임덕을 만들게 뻔해 결론을 내리기 쉽지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