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나 의약품 공동구매부터 젓갈, 직원 교육까지 의료계는 협동조합을 만들어 팍팍한 살림살이를 헤쳐나간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각 과 진료과목 의사회를 비롯해 구의사회, 나아가 도의사회까지 협동조합 설립을 검토하거나 이미 설립했다.
이는 지난해 초 본격 가동 돼 비뇨기과 개원의 3분의 1 이상이 가입하면서 연착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대한비뇨기과의사회 협동조합을 벤치마킹 한 것이다.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는 협동조합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상황.
재활의학과의사회 이상운 회장은 "재활 의학은 특히나 의료기기를 구입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며 "의료기기 공동구매를 중점으로 해서 1월 중 사업성을 검토해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문 진료과목이 다른 의사 회원들이 모여있는 서울시 성북구의사회도 지난해 초부터 협동조합 운영을 계획하고 7월, 설립 인가를 받았다.
성북구의사회원이라면 누구나 동의서와 출자금 1좌당 4만원을 내고 가입할 수 있다.
성북구의사회 이향애 회장은 "전문 진료과목이 서로 다른 만큼 원하는 게 달라 의료소모품이 아닌 먹거리나 무형자산의 공유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성북구의사회와 인력 교육 업체와 계약을 맺고 직원 교육 및 인문학 교육 등을 진행하는 식이다. 연말 선물에 좋다며 젓갈 같은 음식점과도 계약을 맺고 성북구의사회 협동조합원이라고 하면 택배비를 받지 않는 등의 혜택을 조합원에게 준다.
이 회장은 "말 그대로 먹거리가 협동조합의 주요 상품이다 보니 의사회원의 가족까지도 가입할 수 있다"며 "의료 폐기물 업체, 병의원 청소 업체 등 같은 진료과가 아니라도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협동 조합 설립 인가를 받기까지 과정이 복잡해 시간이 많이 걸렸다"며 "기틀을 한창 닦고 있다. 12월 현재 17명이 가입했고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사회들이 협동조합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뭘까. 조합원은 보다 저렴한 가격에 의료기기나 의약품 등을 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 포인트.
조합 자체도 조합원의 찬성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비뇨기과의사회 협동조합이 전자차트 사업 등을 계획하고 있는 것도 조합원의 지지 기반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비뇨기과의사회 협동조합 신명식 이사장은 "의료 관련 재화를 공동구매해 유통 과정의 가격 거품을 없애는 구조로 혜택을 공유하면 저수가 환경을 돌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활의학과의사회 이상운 회장은 "(협동조합 운영은) 다수의 의사가 저렴하게 의료기기를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 무시 못 할 장점"이라며 "구성원 하나하나가 공동체 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책을 펼치거나 할 때 의견을 모으는 데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