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없는 말을 했다가 송사에 휘말리게 됐다. 후회스럽다. 표현상 과도했던 것은 충분히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
한방 항암제 넥시아(NEXIA) 개발자 최원철 단국대 특임부총장을 온라인에서 명예훼손, 모욕했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은 충북대병원 내과 한정호 교수는 판결 직후 심정을 묻는 질문에 한 단어 한 단어를 신중하게 말했다.
청주지방법원 형사 2단독(판사 문성관)은 6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및 명예훼손, 모욕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 교수에 대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검사가 구형한 2년형보다는 형량이 줄었지만, 교수직 박탈 위기에서는 벗어나지 못 했다. 국공립 대학병원 교수는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교수직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변호인과 상의 후 항소를 할 예정이다.
그는 "말기 암 환자를 위해서 시작했지만 표현 과정이나 방식에 있어서 개인의 명예훼손이나 모욕감을 미처 생각하지 못 했다"며 "블로그를 SNS라고 생각하고 개인적인 생각도 적었던 것인데 그 파급력을 생각하지 못 했다"고 말했다.
이어 "굳이 감정을 넣어서 쓴다고 많은 사람의 동의를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이번 일을 통해 확실히 배웠다"며 "합리적으로 글을 쓰고 말을 해도 충분히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조심스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넥시아의 안정성 유효성 검증 과정은 필요하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그는 "최원철 부총장을 직접 만나 사과하려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봤지만 결국 만나지 못 했다"며 "절대 최 부총장과 넥시아 공동연구자에 악의가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넥시아의 안전성, 유효성을 검증할 수 있는 사람은 약 개발자 밖에 없다"며 "연구 과정에서 참관인으로라도 불러준다면 언제든지 연구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한정호 교수의 어떤 글을 명예훼손, 모욕이라고 봤을까.
재판 과정에서 한정호가 정보통신망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상 명예훼손 혐의를 부인했던 부분은 총 4개의 글.
▲넥시아를 파는 한의사 최원철의 약력 ▲국제 암 분야 학술지 '종양학 연보(Annals of Oncology)'에 기재된 논문 관련 글 ▲넥시아, 한방의 탈을 쓴 의료사기 ▲넥시아의 안정성 및 유효성 관련 글 등이다.
이 중 '한의사 최원철의 약력'의 글만 취지를 인정받아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 교수는 경찰 조사를 받을 때부터 문제가 되는 부분은 자진 삭제한 상태다.
각각에 대해 법원 판단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한 교수는 'Annals of Oncology에 실린 넥시아 관련 논문은 독자투고란에 게재된 편지'라고 썼다.
문성관 판사는 "최 특임부총장이 발표한 논문은 해당 학술지 분류 방식에 따라 편집장에게 보내는 편지(Letters to the Editor) 란에 실린 것으로 논문의 한 유형"이라며 "한 교수의 글을 허위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적 권위 있는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을 흔히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월간지의 독자투고란에 게재된 편지에 불과한 것처럼 그 가치를 폄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의대 교수로서 논문에 의문점이 들면 학술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데 그 방법 대신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제한 없이 볼 수 있는 자신의 블로그에 허위 사실을 적시하는 방법으로 논문을 폄하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재판부는 한의사는 약사법 부칙에 따라 자신이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한약 및 한약제제를 직접 조제할 수 있고, 넥시아는 약사법에서 규정하는 임상시험 등의 절차가 요구되는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 판사는 "넥시아의 안정성 및 유효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면 학계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방법으로 비판하고 그에 관한 검증을 요구함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교수는 넥시아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관해 최 부총장에게 단 한 번의 질의도 하지 않은 채 블로그에 명예를 심각히 실추시킬 수 있는 모욕적인 표현을 서슴없이 썼다"며 "진정성이 담긴 사과를 통해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