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 특별취재팀|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 심야 긴급기자회견으로 의료계를 흔들어놨던 박원순 서울시장.
지난 2011년 의사이자 사업가로서 정치권에 뛰어들어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던 안철수 무소속 의원.
의료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 두 인물은 공교롭게도 오는 2017년 12월 대선에 나설 대표적인 야권 잠룡으로 유권자의 지지를 받고 있다.
메디칼타임즈가 신년을 맞아 기획한 용감한 의사들의 마지막 수다. 과연 의사들은 박원순 시장과 안철수 의원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입담 좋은 다섯 명의 의사들을 통해 박원순 시장과 안철수 의원을 둘러싼 '미묘한'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의사 안철수가 도운 박원순 시장, 질투의 대상"
헐크(산부인과 전문의, 본인을 잡과 개원의로 소개함): 많은 의사가 박원순 시장을 왜 싫어할까? 이유를 찾자면 박주신 씨 병역논란이나 메르스 사태 당시 35번 환자였던 삼성서울병원 의사와의 설전도 원인이 될 것 같아.
그런데 메르스 사태 당시 35번 환자 이야기한 것을 떠올리자면 사회적인 측면에서 볼 때 과잉으로 대처한 게 미흡했던 것보단 나았다고 봐. 그래서 그런지 의사들이 박원순 시장을 싫어하는 이유를 찾고 싶은데 솔직히 난 못 찾겠어.
아이언맨(종합병원 40대 가정의학과 봉직의): 박주신 씨 병역논란에 대해선 의사라면 의심을 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박주신 씨가 병역논란이 일자 여러 번 검사했고, 이를 통해 동일인으로 판정났으니 확률적으로는 떨어지지만 동일인이라면 결국 유감스러운 사태로 봐야 하는 거겠지.
옵티머스 프라임(대학병원 내과계 전임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런 진실공방은 에너지 소비일 뿐이란 생각이 들어. 진실은 숨어 있다가 필요할 때 나타날 수 있고, 아니면 힘의 논리에 따라 끝까지 드러나지도 않는 경우가 허다하잖아.
결국 추후 박원순 시장이 더 높은 곳을 바라볼 때가 된다면 분명 문제가 불거질 것이고, 그때는 진실이 드러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스파이더맨(정신건강의학과의원 개원의): 병역논란이 터진 사례가 박원순 시장만 있는 게 아니잖아. 결국 생각해보면 의사들이 (비판할 수 있는)하나의 대상을 찾은 것 같아.
박원순 시장이 대권 주자 1위로 올라가니까 'jealousy', 즉 질투심을 느끼는 것 같아. 그래서 많은 의사가 박원순 시장 안티가 된 거지. 안철수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로 정치권에 처음 뛰어들었을 때 많은 의사의 지지를 얻었는데, 그런 것(지지)을 박원순 시장이 뺏어갔다는 느낌이 든 거겠지.
헐크: 스파이더맨 말이 맞아. 의사 출신인 안철수 의원이 도와줘서 박원순 시장이 대권후보까지 거론되고 있는데 의사들에게는 잘해주는 것도 없어 많은 의사가 비판하는 것 같아.
때문에 스파이더맨이 말한 질투심밖에 없다고 봐. 기본적으로 박원순 시장은 변호사고, 의사인 안철수 의원이 도와줘 대권후보까지 됐는데, 의사들에게는 해준 것도 없는데 잘나가니까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 거야.
"정치 마스터 한 서울의대 출신 안철수 의원"
스파이더맨: 안철수 의원이 탈당을 선언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긍정적으로 생각해. 현재 우리나라 정치구도가 박근혜 대통령 안티도 많고, 동시에 친노가 싫은 사람도 많아. 난 그들이 안철수 의원을 지지할 것 같아.
솔직히 진보 정치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보면 안철수 의원은 노력한 게 없기 때문에 흔한 말로 질투를 할 수 있어. 어느 날 혜성처럼 우리나라 민주화에 이바지한 것이 없는 의사 출신에 유복한 집 자식이 나타나 하루아침에 대권 주자가 된 거니까. 그래도 서울의대 출신이기 때문에 이제는 달라질 것이라고 봐. 서울대 출신의 특징이 있거든.
아이언맨: 맞아. 서울대 출신을 상대할 때면 스파이더맨이 말한 대로 독특한 캐릭터가 있는 것 같아.
스파이더맨: 서울대 출신은 경험해보면 자신이 모르는 사안에 대해서는 움직이지도 않고 의견을 피력하지도 않아. 모르면 보통사람 같으면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게 보통이잖아. 그런데 서울의대 출신은 아니더라고. 자존심이 있어 움직이지도 않고 해당 사안을 모두 파악할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성향이 강해.
그래서 난 안철수 의원이 그동안 정치공부를 끝내고 이제 움직이려고 하는 것 같아. 서울대 출신이 보통 그러거든. 안철수 의원도 서울의대잖아.
헐크: 한 가지 겪었던 일인데 서울대 출신은 문제에 접근할 때 일단 생각을 먼저 해보고 접근한다는 거야. 이후 자신도 옳다는 생각이 들어야 해당 문제에 대해 접근하려 하지.
우스갯소리지만 연세대 출신은 어떤지 알아? 재밌는 이야기지만 먼저 하는 소리가 "서울대는 어디로 갔데요"더라. 서울대가 생각 중이면 생각하고 서울대가 행동하면 슬그머니 따라서 행동하는 거지. 고려대는 뭐하자고 하면 하는 거고.
아이언맨: 안철수 의원이 서울의대를 나왔으니 캐릭터를 미뤄 짐작할 수 있는데, 정치 공부가 끝났다면 정말 다행스러워. 결국, 안철수 의원의 지지층은 정치성향으로 말할 때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중도라고 볼 수 있어. 문제는 너무 스펙트럼이 다양하다는 거야. 하나의 사안에 대해서는 뭉칠 수 있지만, 정치적인 사안이 그렇게 말처럼 되는 게 아니잖아.
스파이더맨: 맞아. 65%의 시민군도 이끌 지도자가 없으면 35%인 정예병한테 지게 돼 있지. 다시 말해 시민군이 좀 뭉칠 수 있게 해줄 사람이 돼야 하는데 안철수 의원이 과연 그런 지도자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옵티머스 프라임: 그래도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는 성과가 없어서 실망스러웠지만, 이번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선언을 한 것을 보면서 좀 더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주장하려는 것 같아 좋아 보이긴 해. 여하튼, 안철수 의원이 적절한 인물이라면 정치판을 적응해 가고 국민을 위한 일을 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가 드는 것은 사실이지.
헐크: 결론을 짓자면 안철수 의원이 잘됐으면 좋겠어. 우리나라를 바꿔보겠다고 예전 새정치민주연합에 들어갔는데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탈당한 거잖아.
바람이라면 좌파 우파에도 치우치지 않은 보수정당으로 만들어야 해. 어느 한쪽 이념으로 기울어지지 않도록 만들었으면 좋고, 많은 인재가 나와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갔으면 하는 생각이야.
용감한 의사들에 참여한 의사는 산부인과 40대 중반 개원의(헐크), 정신건강의학과 40대 중반 개원의(스파이더맨), 종합병원 가정의학과 40대 봉직의(아이언맨), 종합병원 가정의학과 30대 봉직의(울트라맨), 대학병원 전임의(옵티머스 프라임) 등 5명이다. 허심탄회한 대화를 위해 가면과 익명으로 진행했다.
※이상으로 메디칼타임즈의 2016년 신년기획 '용감한 의사들'의 연재를 마칩니다.
기획에 참여한 '용감한의사들'의 정치적 성향은 메디칼타임즈와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으며 전체 의료계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의료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에 대해 속내를 풀어준 5명의 '용감한' 의사들과 연재를 열독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