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방역을 위해 현장에서 열심히 일한 의사 공무원들이 중징계를 받았다. 감사원 처분이 이대로 확정된다면 누가 질병관리본부에 남아 있겠습니까."
질병관리본부 한 의사직 공무원은 14일 감사원의 메르스 감사결과 발표 후 느낀 허탈감을 이 같이 밝혔다.
감사원은 이날 '메르스 예방 및 대응실태' 감사결과를 통해 "보건복지부 2명과 질병관리본부 12명, 보건소 2명 등 총 16명 공무원(정직 이상 중징계 9명)을 대상으로 징계처분을 주문했다"고 발표했다.
질병관리본부 양병국 본부장은 '해임'과 복지부 권준욱 공공보건정책관은 '정직' 등 처분 공무원 상당 수가 질병관리본부 소속 의사 출신 공무원이다.
복지부는 일단 한숨을 돌리면서도 아직까지 안심하긴 이르다는 분위기다.
복지부 공무원은 "감사원 감사결과가 처분 확정은 아니다. 인사혁신처 공무원 징계위원회가 남아 있는 만큼 상황을 속단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다른 공무원은 "예상은 했지만 감사원 징계 수위가 너무 세다. 감사결과와 징계요구서가 오면 실국별 처리절차를 거칠 것"이라면서 "질본 의사 출신 공무원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같은 공무원 입장에서 안타깝다"고 전했다.
감사처분 직격탄을 맞은 질병관리본부는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한 공무원은 "설마 했는데, 감사처분 대상이 복지부와 질본 특수 직렬에 집중된 상황"이라면서 "메르스 사태에서 방역 책임은 불가피하고 보여지나, 의사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방역 현장 최일선에서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데 해임과 정직, 감봉 등 처분이 너무 과하다"며 허탈감을 표했다.
그는 이어 "질본에 근무하는 의사가 100명이면 이해가 되나, 20명 내외에서 본부장과 센터장, 과장 등 핵심간부진 대부분이 중징계 처분을 받으면 업무공백에 따른 질본 조직개편 등 사실상 모든 업무가 마비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다른 공무원도 "향후 제2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면 자기 업무가 아닌 다음에야 누가 방역 현장에 선뜻 나서겠느냐. 질본장 인선이 늦어지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면서 "징계를 피한 의사 공무원은 운이 좋았을 뿐이다. 감사원 감사가 삼성서울병원 등 일부 현장 방역에 집중돼 누가 투입됐더라도 처분을 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메르스 사태 방역체계 지휘체계인 문형표 전 장관을 비롯한 행정직 고위직 공무원 대다수가 처분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에서 몸통이 아닌 깃털만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비판이 고조되는 형국이다.
한편, 감사원이 14번 환자 접촉자 명단을 지연 제출한 삼성서울병원을 관련 법률에 의거 적절한 제재조치를 주문함에 따라 수 백억원으로 예상된 삼성서울병원 메르스 손실보상 지원 가능성은 희박해졌다는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