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과 의사는 늘 병원 경영진의 눈치를 봐야했다. 응급실은 늘 밑빠진 독에 예산을 쏟아 부어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응급의료수가 신설 등 제도 변화로 응급실이 변하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정부의 응급실 과밀화 대책 중 일부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조만간 응급실이 '돈 먹는 하마' 신세를 벗어날 전망이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응급실 과밀화 대책 중 일부가 일선 병원에 시행되면서 응급실 운영에 변화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19일 일선 의료기관 경영진에 따르면 올해부터 시행된 응급의료수가 신설 등 제도변화로 병원 내 응급의학과 의료진, 응급실 위상이 바뀌고 있다.
권역 응급의료센터, 응급실 수익 얼마나 더 늘어날까?
수십년 째 병원의 고질적인 경영 악화 요인으로 꼽히던 응급실의 적자구조가 바뀔 수 있을 것인가.
적어도 정부가 올해 1월부터 전격 추진했던 응급의료수가 신설 내역을 볼 땐 응급실 수입이 늘어날 요인이 큰 것으로 보인다.
최근 복지부는 '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 일부 개정안을 통해 기존에 수가를 책정하지 않았던 의료행위에 대해 수가를 신설, 가산한다고 밝혔다.
새롭게 신설된 가산 항목은 ▲응급의료관리료 ▲응급진료 전문의 진찰료 ▲중증응급환자 진료구역 관찰료 ▲간호인력확보 수준에 따른 중증응급환자 진료구역 ▲응급환자 진료구역 관찰료 등이다.
응급의료기관 A~C등급에 따라 응급의료관리료 최대 10%가산 받을 수 있고, 중증응급환자 또는 중증응급의심환자를 진료한 것에 대해 전문의 진찰료 산정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지금까지 1만 8000원 산정해왔던 전문의 진찰료를 앞으로는 1만 4000원 을 가산해 최대 3만 2000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여기에 중증응급환자 진료구역 관찰료 명목으로 최대 20% 가산을 적용하고 간호인력확보 수준(간호등급)에 따라 관찰료를 최대 40%까지 가산한다.
또 응급환자 진료구역 관찰료(최대 20%가산)와 더불어 응급전용 중환자실 관리료(최대 20%가산)까지 적용하면 응급실 수익측면에서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 대학병원 보험심사팀 관계자는 "응급실은 워낙 변수가 많고 환자 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수입 예측은 어렵지만 신설된 수가 내역만 보더라도 분명 수익적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응급의학과 의사들 위상 변화 시작됐다
만년 적자였던 '응급실'에서 수익이 늘어나게 됨에 따라 응급의학과 의료진의 위상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돈 먹는 하마' 신세에서는 분명 벗어날 전망이다.
모 대학병원 기조실장은 "그동안 응급의학과는 일한 만큼 대접을 못 받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 달라지지 않겠느냐"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응급의학과 교수의 위상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대학병원 한 보직자는 "응급실 중증환자가 제대로 대접받으며 진료받을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다고 본다"며 "이를 계기로 과밀화도 개선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한응급의학회 양혁준 이사장(길병원 응급의학과)은 "제도 변화로 다수의 병원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 채용을 늘리는 점에선 긍정적"이라며 "다만 제도 변화에 발맞춰 응급실 근무 환경도 개선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