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병원의 수준을 암 생존율로 평가했죠. 하지만 치료법이 표준화되면서 이제는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어요. 생존이 아니라 생활을 얘기해야 할 시점인 것이죠."
삼성서울병원 조주희 암교육센터장은 암 교육의 필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이제는 단순한 질환의 치료의 개념을 넘어 환자의 삶을 들여다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조 센터장은 27일 "과거 암은 죽음의 이미지가 드리워지는 절망적인 이름이었다"며 "그렇기에 어느 병원이 수술을 잘하느냐가 경쟁력으로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수술법이 표준화되고 대부분의 대학병원들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생존율이 눈에 띄게 상승한 것이 사실"이라며 "더이상 생존율로 평가받던 시대가 아니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그는 암 덩어리를 떼어내는 것만이 치료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진정한 치료란 그들이 완벽하게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조주희 센터장은 "단순한 수술 즉 생존에서 병원의 역할을 한정지으면 환자들은 갈곳을 잃게 된다"며 "암세포를 떼어냈다고 해도 환자의 삶의 질이 엉망이 된채 살아간다면 과연 치료, 치유했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그는 "이미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Supported care', 즉 지지의료에 대한 개념을 확립하고 이에 대한 연구와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도 하루 빨리 이러한 문제에 대해 논의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의료진 100여명이 모여 '암치유 생활백과'를 펴낸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치료후 그들의 삶의 질을 고민하던 끝에 내놓은 산물인 셈이다.
조 센터장은 "삼성서울병원은 이미 2007년 암교육센터를 설립하고 300여개 교재와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들의 치료 후 삶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러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9년간의 노하우를 집대성해 책을 만든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라며 "최대한 많은 환자와 가족들이 막연한 불안감에서 벗어나 스스로 삶을 지켜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생활백과에는 암 치료후 생길 수 있는 수많은 증상은 물론, 영양과 식생활 관리, 일상생활부터 스트레스까지 암에 관련된 모든 내용을 총 망라했다.
또한 의료진 100여명이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181가지를 모아 이에 대한 의료진의 의견을 덧붙였다. 적어도 인터넷에서 쏟아내는 비과학적인 정보에 의존하는 것은 막아보자는 의미다.
조주희 센터장은 "암으로 인해 환자들이 고통받는 몸과 마음 뿐 아니라 그의 삶과 가족이 겪을 수 있는 여러가지 고민과 문제에 대해 언제든 펼쳐볼 수 있는 백과사전같은 책을 만들고 싶었다"며 "의료진들이 미처 모두 전달할 수 없는 내용들을 망라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병원에서 퇴원하면 병이 완치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환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을 생각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암환자와 가족들이 평온하게 삶을 보낼 수 있는 치유의 바이블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