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부터 원격의료까지 현안은 산적해 있지만 "이제는 지쳤다. 투쟁할 힘도 없다"는 한탄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19일부터 서울시 25개 구의사회 정기총회 시즌이 시작되지만 '투쟁'을 외쳤던 여느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결사반대, 투쟁을 외쳤던 과거 정기총회와는 달리 단합력을 높이고 내실화에 더 신경 쓰겠다는 것이다.
먼저 종로구의사회는 회장 인사말 등을 통해 의료 현안에 대한 정보를 알리고, 현안 토론 같은 별도의 행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종로구의사회 강현수 회장은 "원격 의료 반대 등을 외치며 투쟁을 해봤지만 해결의 길이 안 나고 항상 손해만 봐왔다"며 "얻은 것은 하나도 없고 결국 의사만 손해 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의료계는 몇 년 전부터 각종 현안에 대해 반대 의견만 내왔다. 무조건 반대만 외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명분만 앞세워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소용없다. 큰 틀에서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문제를 얘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무리 결사반대, 투쟁을 외쳐도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었던 현실에 대해 구의사회조차도 염증을 느낀 것이다.
실제 중랑구의사회가 지난달 회원 195명을 대상으로 의료일원화와 원격의료 문제 해결방안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6명이 응답했고, '정치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답변이 절반을 넘었다. 궐기대회나 총파업처럼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답변은 10명 중 1명 수준에 불과했다.
불과 2년 전 원격의료를 반대하며 실시한 총파업 찬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0% 이상에 달하는 의사들이 찬성을 표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셈이다.
그동안 구의사회도 정기총회에서 결의문 채택, 성토대회, 구호 제창 등의 방법으로 의료계 현안에 강력하게 목소리를 내왔다. 규제 기요틴, 원격의료 반대는 정기총회의 주요 단골 화두였다.
구의사회는 의사회 내의 가장 작은 조직으로서 집행부는 내실화를 통해 단합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서대문구의사회 임영섭 회장은 "구의사회가 따로 크게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상위 의사회가 하는 방향을 따라가면서 같은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며 "구의사회 회원 참여가 저조한 만큼 내부 단합에 몰두해 자체 결속력을 더 강화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구로구의사회 한동우 회장도 "행동력, 결집력을 과시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며 "궐기 대회가 열린지도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부 결속을 다질 것"이라고 했다.
성북구의사회 이향애 회장 역시 "지난해 원격진료 반대 결의문을 발표하고 구호를 제창했다. 그런데 올해도 똑같은 현안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는 서울시의사회 건의안에 구의사회의 주장을 강력하게 건의하는 걸로 대신하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