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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땜질처방 하던 시절은 갔다

발행날짜: 2016-02-11 05:05:20
"전공의 지원자가 어설프게 미달되는 것보다는 아예 없는 편이 낫다."

올해 인턴, 레지던트 모집 현황을 파악하면서 지방의 한 수련병원 관계자로부터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다.

한명이 아쉬운데 어설프게 있는 것보다 아예 없는 편이 낫다니, 이해가 안됐다.

하지만 자초지종을 듣고보니 바로 수긍이 됐다.

그의 얘기인 즉, 전공의 정원 8명에 5명이 지원하면 '일단 인력이 있으니 때워보자'는 식으로 운영된다. 필요하면 땜질처방을 해가며 내년은 기약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원 5명에 1명이 지원한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전공의 수련에 관심이 없던 병원 경영진도 '더 이상은 안된다. 대책을 강구하자'고 나선다.

당장 수련 차질은 물론 진료에도 차질이 발생하기 떄문에 근본적인 문제점을 찾고 장기적인 플랜을 검토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애매하게 전공의를 채운 병원은 계속해서 정체된 반면 큰 위기를 겪은 병원은 변화의 계기가 되는 셈이다.

이것이 그동안 땜질 처방으로 전공의 수련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병원의 현주소다.

요즘 전공의 채용 시즌을 맞아 각 수련병원 현황을 파악하다보면 지난해 메르스 사태가 떠오른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전국이 떠들썩할 때 일각에선 "고질적인 의료계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들 했다.

매번 땜질식 처방으로 유지해 온 의료전달체계 등 온갖 문제점이 만천하에 적나라하게 드러났으니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게 됐다는 얘기였다.

상당수의 의료계 관계자들이 씁쓸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수련제도가 얼마나 더 망가지고, 문제가 발생해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까. 내년도 전공의 지원율을 높이는 최선의 방안은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