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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시민단체 한목소리 "묻지마 한약제제, 식약처 나서야"

발행날짜: 2016-02-11 16:23:07

"관리 소흘로 피해자 속출…의약품에 준하는 검증절차 필요"

최근 잘못 조제된 한약을 먹고 신부전증이 생긴 환자에게 1억96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면서 한약제제에 대한 검증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과학중심의학연구원은 일반적인 의약품과 동등하게 한약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를 의무화시켜 국민의 건강권을 지켜달라는 주장으로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11일 의협 추무진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한약제제의 검증 의무화에 힘을 실어줬다.

추 회장은 "최근 잘못 조제된 한약을 먹고 만성 신부전증에 걸린 환자 사례가 나왔다"며 "그런데도 여러가지 검증 절차가 있는 의약품과 달리 한약제제는 아직도 안전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4년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가 한의원에서 비만치료제로 쓰이는 마황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며 "마황의 부작용으로 부정맥, 심근경색 등이 보고되고 있지만 한의학에서는 일 권장량에 대한 기준조차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2015년에도 전국 응급의학과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97%가 한방 치료 관련 부작용 사례를 경험했다고 나왔다"며 "이런 사태가 지속적으로 불거져 나오고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안전성 검사를 의무화해야 된다"고 역설했다.

철저한 안전장치 마련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판단.

추무진 회장은 "작년 가짜 백수오 사건으로 파동을 일으켰지만 검찰은 고의적인 혼입이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리를 했다"며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식약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약을 먹고 신장이 망가지는 환자가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한약 임상시험과 독성검사 의무화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며 "행정당국의 적절한 원외탕전실 관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학중심의학연구원(과의연) 역시 안전성 검사 의무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과의연은 "신부전증 환자 사고는 환자에 대한 한의원의 배상 판결로 끝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소송 당사자 외에도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들이 있을 수 있으며, 아리스톨로킥산은 강력한 발암물질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의연은 "해당 사건의 원인이 된 관목통이 유통된 한의원들의 이름을 공개하고 해당 한약재를 처방받은 모든 환자들을 추적 조사할 것을 촉구한다"며 "한약에 문제가 있는 줄 모른 채 신장병을 앓았던 환자들에게도 배상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건의 이면에는 정부의 관리 감독 소흘이 한몫했다는 것이 과의연의 판단.

과의연은 "쥐방울덩굴류 한약재에 대해 미국, 독일, 영국 등은 2000년도를 전후로 사용을 차단시켰으나 우리나라는 미온적으로 대처하다가 2005년이 돼서야 해당 한약재의 유통과 사용을 금지시켰다"며 "당시에도 늑장 대응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고 꼬집었다.

과의연은 "규제로 인해 생산이 중단되기 직전까지 이를 원료로 한 한약제제가 제약회사에 의해 제조되어 버젓이 유통되었으며 한의원이나 한약재상에서도 사용된 게 사실이다"며 "한약 부작용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과거에 얼마나 많은 피해가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고 우려했다.

과의연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의료계뿐만 아니라 한의계에서도 지속적으로 필요성을 역설해 온 한약 부작용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일반적인 의약품과 동등하게 한약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를 의무화시켜 한약 사용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위험성보다 클 때에만 사용하도록 제도를 정비해 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