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진료비 관리 업무를 둘러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비급여 진료비 관리 업무 수행에 있어 자신들이 타 기관보다 적합한 점을 제시하며 비급여 진료비 관리 업무의 적임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의료법 45조의 2(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현황조사)가 새롭게 신설됨에 따라 관련 시행령 및 규칙 마련 작업이 진행 중이다.
구체적으로 오는 10월부터 의료법 45조의 2 신설을 통해 비급여 진료비용의 현황 조사 및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이를 업무를 전담할 기관 선정 및 공개 범위․방법․절차 마련을 위해 시행령 및 규칙 마련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여기에 복지부는 조만간 공청회를 통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가 하위법령 마련 작업을 본격 시작하자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비급여 진료비 관리 업무를 위탁받기 위해 물밑작업을 진행 중인 상황.
우선 심평원은 비급여 관리 업무를 전담하기 위해 '의료정보표준화사업단'(단장 기호균)을 새롭게 구성하고, 복지부가 구체적인 시행령과 규칙을 마련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있다.
심평원 이성원 개발이사는 "의료법 입법 취지는 단순히 가격조사 및 공개뿐 아니라 급여로의 보장성 확대, 심사기준 개선, 급여적용 시 수가결정 자료로 활용 및 용어표준화 코딩체계 일관성 유지 등 심평원의 전체 업무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정된 의료법 시행이 10월부터인 만큼 아직 하위 법령이 마련되지는 않았다"며 "비급여 진료비 관리 업무는 심평원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돼 있는 만큼 심평원이 향후 이를 맡아 수행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추가로 심평원은 각 의약단체를 순회하며 의료법 개정에 따른 변경사항을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의약단체 관계자는 "심평원이 각 의약단체를 돌며 의료법 개정에 따른 주요사항을 안내하며 비급여 관리 업무에 대한 의견 수렴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질세라 건보공단도 공개적으로 자신들이 더 적합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건보공단 김필권 기획이사는 "심평원도 심사․평가를 하는 기관이니 나름대로 노하우가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건보공단도 매년 수가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라도 비급여 진료비 파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이사는 "비급여 진료비 수집을 위해서는 현장에 직접 나가서 확인하는 작업이 필수적인 만큼 전국적인 조직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며 "건보공단은 병원 원가자료를 수집하는 기반을 가진 만큼 비급여 진료비 현황을 수집하는데 훨씬 유리한 입장"이라고 자신들의 적합성을 주장했다.
한편, 비급여 진료비 관리 업무를 두고 건보공단과 심평원이 경쟁하자 의료계는 자신들의 업무범위 확대를 위해서만 노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즉 자신들의 업무 영역 확장을 위해 서로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의약단체 관계자는 "아직 의료법만 새롭게 신설됐지 관련 하위법령은 마련되지 않았다"며 "그런데 마치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자신들이 적임자인 것 마냥 행동하며 비급여 진료비의 수집·분석에 더해 심사와 통제까지 하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급여 진료비 관리 업무를 두고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데 안타깝다"며 "비급여 진료비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자신들의 업무 영역을 넓혀 몸집을 부풀리려고 하는 것만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