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Times
  • 아카데미
  • Medi Insight

"만성신부전증 진료비 1조원 시대…요독소를 잡아라"

손의식
발행날짜: 2016-03-14 05:05:45

세종병원 강재영 과장 "구형흡착탄, 투석 지연 효과"

만성신부전증에 따른 진료비가 급증하면서 요독물질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고 있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신장 전문의들은 체내 요독물질을 제거함으로써 신장 기능을 개선하고 투석지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구형흡착탄을 주목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건강보험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 만성신부전증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인원은 2009년 9만 596명에서 2013년 15만 850명으로 연평균 13.6% 증가했다.

같은 시기 건강보험 진료비를 살펴보면 2009년 9517억원에서 2013년에는 1조 3590억원으로 매년 9.3%의 증가율을 보이면서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만성신부전증 환자 및 진료비는 지난해에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만성신부전증 건강보험 진료환자는 전년 대비 약 7000명 이상 증가한 15만 8000명이었으며, 건강보험 진료비 역시 전년 대비 846억원 가량 증가한 1조 4436억원이었다.

만성신부전증은 신장(콩팥)이 망가져서 제 기능을 못하는 질환으로, 고혈압, 당뇨병 등을 비롯해 수많은 증상을 유발한다.

의료계에 따르면 만성신부전증을 유발하는 가장 대표적인 병인(病因)은 '요독소'이며 요독소가 체내에 축적돼 나타나는 증상을 요독증이라 한다. 만성신부전증은 요독증의 대표적인 증상인 셈이다.

요독소를 제거할 경우 만성신부전으로의 진행을 예방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어 요독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요독소에 대한 적극적 접근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의료진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요독증을 일으키는 요독물질의 종류는 전부 밝혀지지 않았다.

부천 세종병원 신장내과 강재영 과장은 "요독증이란 콩팥기능이 나빠지면서 소변으로 빠져나가야 하는 독소가 배출이 안 되고 혈액이 축적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요독의 종류는 다 밝혀지진 않았다. 우리가 혈액검사로 쉽게 알아낼 수 있는 것은 Blood urea nitrogen(BUN)이 있다. 그러나 BUN은 대표적으로 쉽게 검사해서 알 수 있기 때문에 측정하는 것이지 실제로 정확한 구조가 밝혀지지 않은 요독들도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요독소 중 하나는 인돌(indole)이다. indole은 tryptophan의 대사산물로, 체내 흡수돼 indoxyl sulfate가 되며, 이 indoxyl sulfate는 사구체경화를 악화시키고 신부전의 진행을 가속화시키기 때문이다.

강재영 과장은 "소변으로 빠져나가야 하는 indoxyl sulfate가 체내에 축적되면 혈중 농도가 올라가게 되고 여러 요독증상을 일으키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의료진은 indoxyl sulfate 등 요독소를 체내에서 빼내는 치료에 의미를 두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구형흡착탄'이다.

구형흡착탄은 단백질 대사과정에서 발생한 요독물질을 흡착해 대변으로 배설시키는 작용을 하며, 특히 indole과 Indoxyl sulfate를 흡착하는 성향이 강하다.

강재영 과장은 "Indoxyl sulfate와 같은 요독물질을 장에서 흡착해 대변으로 빠져나가게 하는 약들이 구형흡착탄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처방 결과, 콩팥이 안 좋은 환자들에게 구형흡착탄이 효과가 있다고 했다. 특히 구형흡착탄을 통해 투석 지연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 과장은 "구형흡착탄은 크레아티닌 수치가 2~3사이, 특히 2를 막 넘겨 초반인 환자들에게 썼을 때 효과가 있는 것 같다"며 "크레아티닌 수치가 2 초반인 환자들에게 써 본 결과, 1 후반대로 떨어지면서 2를 넘지 않은 상태가 1~2년 유지됐다"고 밝혔다.

그는 "크레아티닌 수치가 올라갈수록 투석 시기가 빨라진다면 점을 감안하면 구형흡착탄 투여로 투석 지연효과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개원가에서 구형흡착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강재영 과장은 "신장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들은 구형흡착탄을 익숙하게 쓰는데 비해 개원가에서는 CKD(chronic kidney disease) 환자를 진료하면서도 구형흡착탄은 잘 모르고 처방하지 않은 경우가 아직 많은 것 같다"며 "개원가에는 분명히 CKD지만 투석할 정도는 아닌 상태에서 팔로업하는 환자들이 많다. 그러나 그런 부분까지 광범위하게 쓰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땅히 선택할 수 있는 약이 없는 상태에서 환자를 위해 구형흡착탄을 쓰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강 과장은 "크레아티닌 수치 자체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는 약은 없다. 어떻게 이야기하면 기본으로 써야 하는 약 이외에 선택이 없어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구형흡착탄을 쓰고 있다"며 "하지만 환자들 중에는 실제로 구형흡착탄을 먹고 나서 증상이 좋아졌다는 이들이 꽤 있다. 실제로 의사 입장에서 볼 때도 크레아티닌 수치가 2 초반인 환자들은 잘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