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의료인 면허관리 제도 개선방안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 사태 후폭풍이 의료인 면허관리제도 강화로 귀결되면서 정부와 의료계 사이의 팽팽한 기싸움이 예상된다.
논란의 핵심은 동료평가제도(peer review)로 정부는 지역의사회를 통한 시범도입과 의료법 개정 등 제도 연착륙에 따른 국민적 신뢰를, 의사협회는 자율징계권을 목표로 한 배를 탄 형국이나 의료계 내부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을지에 대해선 미지수다.
보건복지부 김강립 보건의료정책관은 9일 세종청사 브리핑을 통해 환자안전을 위해 의료인 면허관리 제도를 대폭 강화하는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개선방안 골자는 1회용 주사기 재사용과 진료행위 중 성범죄 등 비도덕적 진료행위 면허취소와 자격정지 기간 1개월에서 12개월로 상향조정 그리고 자격정지명령제도 신설이다.
또한 면허신고제 핵심인 보수교육에 의료윤리 의무화와 의료인 상호 평가와 견제를 위한 지역의사회 중심의 동료평가제도 시범 도입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동료평가제를 공산주의식 '5호 담당제'로 평가절하하면서 복지부와 의사협회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동료평가제 대상은 사람이 아닌 사람의 행위 또는 행위에 따른 결과물이라면서 의사들간 상호 감시 결과를 복지부에 보고하는 형식은 본 제도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선진국의 경우 의료인 동료평가제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복지부, 캐나다 동료평가제 벤치마킹 “지역의사회 시범 도입”
캐나다의 경우, 연간 700명 정도 동료평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대상은 ▲70세 이상 의사(5년마다 평가) ▲병원과 협력활동이 없는 의사 ▲의사사회에서 격리된 의사 ▲5년간 3회 이상 소원수리가 접수된 의사 등이다.
평가방법은 환자의 진료기록 등을 통한 적정성 평가 그리고 평가자와 대상자 간 20~60분 인터뷰를 통한 환자 케어 질이다.
평가자는 대상자의 진료범위에 따라 동일 분야 또는 유사분야 의사로 위촉한다.
동료평가 결과 지식과 기술, 판단과 관련해 심각한 우려가 제기된 경우 재평가를 명령할 수 있으며, 재평가는 3일 동안 실시되고 직접관찰과 진료기록 검토 및 동료나 환자 설문을 포함한 절차로 진행한다.
복지부가 고려 중인 동료평가제는 캐나다를 벤치마킹한 형태이다.
지역의사회에서 현장 동료평가단을 구성해 진료적합성을 평가하고, 문제가 있는 경우 진료행위 적절성 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한 후 필요 시 복지부장관에게 처분을 요청하는 방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의협 "면허관리 개선안 찬성은 자율징계권 확보 고육지책"
의료계 자율적 시범사업으로 우선 실시해 평가항목과 방법 등을 한국의료에 적합한 제도 모형을 확정해 의료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의사협회도 동료평가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의료인의 비윤리적 진료행위에 제재와 함께 숙원사업인 자율징계권 확보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자율적으로 비윤리적 의사를 징계할 수 있는 방안을 외면하면 결국 정부가 강제 개입할 수밖에 없다. 의협이 면허 자격정지와 면허취소 방안까지 찬성한 것은 자율징계권을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 반발이 쉽게 수그러들 가능성은 희박하다.
일부 의사의 문제를 전체 의사들로 확대한 의료인 면허제도 강화방안이 민초 의사들에게 새로운 압박책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도 이를 의식해 자율징계권 검토를 내비치며 의료계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김강립 정책관은 "의사협회도 면허제도개선 협의체 논의에 같이 참여했기 때문에 일부 부정적인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자율평가와 자율통제라는 기본취지를 이해하고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변했다.
복지부는 의사협회와 동료평가제 등 면허관리 개선방안에 대한 설명회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
의료자원정책과(과장 임을기) 관계자는 "의료계 일각에서 동료평가제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정확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필요하면 설명회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협 추무진 집행부가 동료평가제로 파생된 의사 사회 반발을 진화하고 설득해 나갈 수 있을지, 다가올 대의원회 정기총회의 새로운 뇌관으로 작용할지 의료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