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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율 120% 넘는다는 민간보험사, 사실일까?

서인석
발행날짜: 2016-03-15 12:10:52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

실손의료보험 개선 방향

최근 들어 실손보험과 관련된 이슈가 꽤 자주 언론에 나오는 것 같다. 보험사기와 관련해 누수되는 재정이 어마어마하며 이로 인해 민간보험사는 손해율이 120%를 넘어가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2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5년 보험회사 경영실적 잠정치'를 보면 지난해 보험회사 당기순이익은 6조3000억원으로 2014년보다 13.3%(8000억원) 증가했다.

생명보험회사의 당기순이익은 3조6000억원으로 2014년과 비교해 12%(4000억원) 늘었고, 손해보험회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7000억원으로 15.1%(4000억원) 많아졌다.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손해율은 증가했는데 순이익도 역시 증가했고 몇백억 단위가 아니라 순이익이 6조가 넘어간다고 한다.

거기에 더불어 반갑지 않은 소식이 있다. 2016년 새해가 들어 상위 4대 실손보험사들은 실손보험료(신규가입 기준)를 18~27% 인상했다. 지난해(7~20%)보다 훨씬 큰 폭의 인상이다. 이에 유안타증권은 상위 5개 대형 손보사의 올해 순이익이 전년대비 25.3%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럼 먼저 보험사에서 주장하는 손해율,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손해율의 종류에는 원수 손해율과 경과 손해율이 있다.

원수 손해율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수입 보험료) 총액에서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 총액(원수 보험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경과 손해율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수입 보험료)에서 보험사가 위험분담을 위해 드는 재보험 비용 등을 뺀 '경과 보험료'를, 장래 지급에 대비해 쌓아놓는 지급준비금을 포함해 회계상 지출로 잡은 '발생 손해액'으로 나눈 것이다. 경과 보험료는 보험사의 영업구조에 따른 회계상 기준이지, 실제 당해 연도에 보험 가입자가 내고 받아간 보험료·보험금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 원수 손해율과 경과 손해율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쉽게 말해 보험사의 사업비가 포함되어 있으며 사업비에는 TV채널을 돌리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하는 광고 및 불완전판매 손해율, 보험대리점의 부실관리 비용 등이 포함된다. 즉 일반적으로 보험사에서 주장하는 경과손해율에는 보험사의 경영부실로 인한 손실도 포함되어 있으나 이런 건 보험사에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럼 실제 원수 손해율, 즉 보험사에서 걷은 원 보험료 대비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료는 얼마나 될까?

2013년 국회예산정책처 건강보험사업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실손보험료 지급률이 40~60%에 불과하다. 즉, 실제 수입 보험료는 40~60%인데 부풀려지기는 보험사의 경영부실까지 포함된 금액을 고스란히 가입자와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로 몰고 간다.

또한 보험사에서 주장하는 손해율 증가 중 하나는 보험상품의 부실설계에 있다. 2006년부터 본격 판매된 실손의료보험은 초기 보험의 특성상 시장 선점을 위해 입원하면 10만원에서 많게는 30만원 넘게 나오는 특약 등을 제시하며 보험가입자들의 과사용 및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거나, 명확한 보장한계를 명시하지 않아 가입자의 욕구를 무한대로 올려놓았다.

질병에 걸렸을 때 최대한 많은 혜택을 보려고 가입한 것이 실손보험이므로 가입자 입장에서는 이를 최대한 활용하려 하는게 당연하다. 이것이 보험가입자의 잘못인가. 이는 보험상품을 잘못 설계한 보험사의 과오이지, 이를 개개인의 도덕성으로 몰고 가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거기에 최근 4대 중증·3대 비급여로 인한 보험사의 반사이득은 상당하다. 실손의료보험은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부분을 보장하는 데 건강보험 보장성이 확대되면 민간보험사는 그만큼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의 보이지 않는 이득과 경영상의 잘못이나 상품의 부실설계 등은 이야기하지 않고 계속 환자와 의료기관의 잘못으로만 이야기하고 있다.

보험사의 지급 지연이나 소송남발 또한 보험사의 문제 중 하나다. 지난해 4월 에너지경제신문은 보험사들이 지급심사 강화 등을 통해 보험금을 제대로 주지 않거나 삭감하고 있어 보험사에 대한 가입자의 원성이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에 더해 보험사가 소비자를 상대로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기 위해 민사 조정 등 소송을 남발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소비자와 보험사 사이에 벌어진 보험 관련 소송은 모두 1112건으로 1년 전(647건)보다 무려 72% 증가했다.

이 가운데 보험사가 제기한 소송은 986건으로 전체의 89%에 달했다. 소비자 개인이 대형보험사를 상대로 대항하기 어렵고 비용부담도 만만치 않아 상대적으로 보험사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금융당국 차원에서 보험사의 꼼수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렇듯 보험사의 많은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실손보험사의 손해율이 높아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라고 하듯 보험사가 보험료를 자율적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의 민간의료 보험의 많은 문제점은 개선하려고 고려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민간 대형보험사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항상 이야기는 가입자와 의료기관의 책임으로만 돌린다. 특히 의료기관에 관해서는 비급여에 관한 사항도 이슈가 된다.

비급여 의료행위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의료행위로 인정을 받았으나 사회보험제도로 급여를 해주기에는 비용효과적이지 않은 행위를 말한다. 즉, 어느 정도의 대체행위가 있으며 사회보장으로 획일되게 보장할 필요는 없는 것들을 말한다.

2014년 헌법재판소는 비급여 의료행위의 가능성 등을 통해 의료기관 사이의 실질적인 차이가 반영됨으로써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 다르게 취급되고 있고, 의료소비자가 의료기관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비급여 의료행위를 선택할 수도 있으므로, 요양기관 강제지정제가 의료인의 평등권과 의료소비자인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비급여 가격 차이가 몇배나 나며 비싼 의료기관은 문제가 있다고 한다. MRI를 찍더라도 소위 말하는 big 5병원의 비급여 비용과 지방 작은 의료기관의 비용은 차이가 있다. 이는 시설, 접근도, 최신의료장비 뿐아니라 인력비용도 차이가 난다. 그런데 마치 의료기관이 부도덕한 것처럼 몰고 간다. 일부 의료기관같은 극단값을 가지고 전체 대상을 부도덕하게 보고 이를 규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2014년 12월 18일 금융위원회 보험과는 '실손의료보험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기존의 가입자를 대신해 의료기관에서 심사평가원이나 보험사로 직접 청구하고 보험금을 받도록 하는 방법도 언론의 눈에 띈다.

민간보험을 건강보험 재정으로 이루어지고 청구 등을 위한 EDI체계를 민간기업의 이득을 위해 사용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 시민단체에서는 심평원의 비급여 심사정보에 담긴 환자의 개인질병정보와 진료내역이 모두 민영보험사로 유출이 될 경우 민간의료보험회사가 이를 영업에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보험금 간편청구 시범운용 계획을 밝힌 금융위 관계자는 "소액청구 건이 증가하더라도 진료기록을 전산화해 보험사가 보유함으로써 얻게 되는 효과가 더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며 "보험사들은 수수료를 지불하고서라도 보험금 지급 간소화를 환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즉, 한 곳에 집적된 건강보험과 민간보험의 정보는 나중에 보험사에서 보험료 인상, 보험금 지급 거절, 갱신 거절 등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

의료기관에 대한 과도한 침해소지도 있다. 보험 청구는 상당한 행정비용이 든다. 위의 청구대행 문제에 대해 2015년에 몇차례 이와 관련된 법안 및 금융당국의입장들의 계획이 발표됐지만 정작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계에서는 관련된 내용에 대해 회의하거나 의견수렴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정작 행정업무가 늘어날 의료계 당사자와는 상의하지 않는 것이다.

위와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개별 보험상품들의 보험료 실지급률을 공개하고 일정수준(약 80%)이하 지급시 익년 가입자들에게 해당 금액만큼을 돌려줘야 한다.

둘째, 정확한 실지급률을알기 위해 개별 보험사들은 광고비, 설계수당, 관리 부실로 인한 손해율(단기 계약 파기 등)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셋째, 보험청구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보험금청구 간소화 서비스를 이용해 일정금액 또는 조건에서는 영수증 만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 사실 환자와 의료기관들의 민원 중 하나가 보험사의 서류 요구로 인한 행정업무의 과다이고, 구식 약관의 부실로 인한 보완서류 요구 등이다.

한 신호등에서 유독 사고가 많은 것은 운전자의 부주의도 한 요소가 될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신호등의 체계가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최근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제정돼 정부로 넘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국민을 보험사기범으로 몰아 가는 상품이 있다면 그 상품의 구조부터 문제가 없는지 정검해야 하며 개선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대형기업의 경영부실을 국민들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