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노인환자 진료하는데 굳이 노년내과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은 노년내과의 역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에서 나온 것이다."
올해로 13년째 노인병내과 간판으로 환자를 진료 중인 분당서울대병원 김철호 교수의 말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 2003년 개원 당시부터 노인환자의 증가를 고려, 노인병내과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10여년간 노인환자를 전담해 진료해 온 그의 눈에는 하루가 다르게 환자는 증가하는데 노년내과 논의가 탄력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할 따름이다.
그는 "노인병을 전문적으로 치료할 전문 의료인력을 양성하려면 수련 및 시스템 구축 등 기간을 고려할 때 10년 정도 소요된다"며 "당장 노인환자는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논의가 지지부진해 답답하다"고 했다.
앞서 내과학회는 세부전문의 제도를 추진했지만 일부 전공과목의 반대로 노년내과로 분과전문의로 방향을 틀어 준비 중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 등 타과의 견제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김철호 교수는 "전체 인구의 20%가 노인이 차지하는 시대가 곧 도래함에도 내과는 물론 타과간 밥그릇싸움으로 비춰지면서 논의가 힘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가 말하는 노년내과의 핵심 역할은 병동 내 급성기 노인환자의 치료를 전담, 이후 재활 등 신체적 기능을 유지하도록 타 의료기관이나 전원하거나 회복 후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것.
노인환자가 주로 걸리는 급성기질환은 폐렴 이외에도 요로감염, 심부전 등 다양하다. 실제로 분당서울대병원에선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을 지닌 노인환자가 입원했을 때 노년내과가 치료를 전담한다.
즉, 가정의학과나 재활의학과 등 타과의 역할과는 무관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가정의학과가 급성기 중증 노인환자를 진료할 것은 아니지 않은가. 재활의학과 또한 병동 내 급성기 환자를 치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이 환자를 노년내과에서 맡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킨슨 증상을 보이는 노인 환자가 있다고 치자. 그가 고혈압및 당뇨에 우울증, 만성기관지질환까지 동반할 경우 도대체 몇개 의료기관을 거쳐야하나.
그는 이 같은 복합적 질병을 호소하는 노인환자가 증가할 것이고 이를 전문적으로 케어해줄 의료진이 필요해진다고 봤다.
그는 "미래를 준비하는 게 아니라 당장 눈에 보이는 밥그릇만 챙기려는 듯한 모양새가 안타깝다"면서 "의료소비자인 환자들의 선택에 따라 변화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