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심사하는 병·의원 청구 내용을 국민건강보험공단도 동시에 심사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계는 연구 내용이 현실화 될 경우 심평원과 건보공단의 '이중심사'에 따른 병·의원의 행정부담이 불가피하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1일 건보공단 출입기자협의회 취재 결과,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충북대 산학협력단은 기획재정부 예산으로 '건강보험 진료비 부당청구 방지를 위한 심사체계 심층평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입수한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진은 심평원 심사체계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진료비 청구 및 심사가 병·의원이 기재한 청구 질병코드를 기반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주목했다.
즉 심평원이 병·의원의 정상적인 청구를 가정하고 심사함으로써 의료계의 업코딩(upcoding)을 방치하고, 수급자격 및 진료사실과 관계없이 급여기준에만 맞게 청구하면 진료비가 지급되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연구진은 심평원은 청구 전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등 사전예방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나, 이에 해당하지 않는 병·의원들의 진료비 청구는 마치 '공항수화물 심사가 X-Ray 검사 없이 규격만 갖추면 통과하는 것'과 같은 형식적인 심사에 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진은 "요양기관 수진시점과 진료비 청구시점 간의 시차로 인해 요양기관 수입극대화를 위한 부적정 청구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또한 환자가 자신의 진료내역과 요양기관의 진료비청구내역에 대한 상호 대조에 시차가 존재한다"고 기술했다.
즉 급여 관리에 대한 심사기구인 심평원과 보험자인 건보공단의 상충으로 전문성과 부적정 청구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개선방안으로 건보공단과 심평원이 전산을 통합하고, 진료비 청구 이후 심사를 양 기관이 동시에 하는 등 양 기관의 역할과 업무범위를 설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양 기관이 접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건보공단이 사전에 자격심사를 실시간으로 한 후에 심평원 심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두 기관의 수진자격, 의료인력, 장비, 시설기준 등의 사전점검에 필요한 정보를 즉시 확인 가능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연구진은 이에 대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개인정보 보호 기전을 보완한 전자건강보험증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현지조사에 대한 복지부 권한을 보험자인 건보공단으로 위함하거나 행정처분 기간에 대한 신속한 처리를 강화해야 한다"며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심사 및 관리에 대한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불신으로 시작…행정부담 야기"
연구내용이 알려지자 의료계는 불필요한 행정부담을 야기한다며 즉각 반발하고 있다.
특히 해당 연구에 참여한 연구진 6명중 3명이 건보공단 연구원 출신인 것으로 전해져 연구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달 30일 정책현안간담회를 개최하고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향후 상호협조 하에 현안을 풀어나갈 것을 결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병원협회에서 박상근 회장, 홍정용 중소병원협회장, 정규형 전문병원협의회장, 김갑식 서울시병원회장이, 의협에서는 추무진 회장, 이윤성 의학회장,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이 참석했다.
병협 박상근 회장은 "이 연구는 의료계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된 연구"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박 회장은 "일부 부당청구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심평원이 전문성을 갖고 심사한 것을 건보공단이 재심사하는 이중심사는 요양기관에 대한 행정부담만 야기할 뿐"이라고 말했다.
의협 추무진 회장도 "심사 삭감률, 재정누수 등의 객관적 자료들을 면밀히 검토해 적극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