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정부 부처에서 비만과 관련한 수많은 연구와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하지만 모두 단기 사업으로 끊어지면서 제대로된 기초 데이터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죠. 제대로된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이유에요."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비만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만성질환 증가 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연구는 걸음마 수준도 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모두가 문제라는 사실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서로 각각의 방법으로 다양한 해법을 내다보니 결국 한발짝도 제대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초자료조차 없는 비만연구…평가도구 표준화 시급"
질병관리본부의 만성질환 예방 관리를 위한 청소년 비만 중재연구 로드맵 연구를 수행한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성은주 교수는 이러한 문제의 원인으로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꼽았다.
성 교수는 "중재연구 로드맵 구축을 위해 비만과 관련한 연구와 사업들을 모두 살펴봤지만 제대로된 기초 데이터조차 남아있는 것이 없었다"며 "그 수많은 연구와 사업들이 보고서 한장만 남겨놓고 흔적없이 사라졌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결국 모든 연구들이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다시 기초자료부터 연구를 시작한다는 의미"라며 "결국 연구 예산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효율성이 극도로 떨어지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소아, 청소년 비만 중재연구 로드맵으로 각 부서간 연계체제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제언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결국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발짝도 나갈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성은주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는 연구와 사업 과제를 발주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정부 부처간 중복된 과제를 정리하고 효율적인 자원 활용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최소한 각자 연구가 진행되더라도 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은 필수적인 요소"라고 제언했다.
연구의 설계, 과정은 물론 평가 도구 등을 표준화시켜 각자 다른 분야, 부처에서 연구를 진행하더라도 최소한 추후 연구에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성 교수는 "이러한 표준화와 연계 시스템의 필요성은 모든 부처와 연구자들이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하지만 단기적 성과에 연연하다보니 자꾸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결국 관련 부처 및 연구자들의 연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장기간 지속 가능한 컨트롤타워를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비만 유발 환경 요인 다양…큰 그림 그리고 접근해야"
특히 그는 당뇨가 고혈압 등 단일 질병과 비만은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소아, 청소년들의 비만과 이에 대한 중재연구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당뇨가 일어났는지 여부를 추적 관찰하면 되는 연구와 경증 비만, 중증 비만, 초고도 비만 등 스펙트럼이 넓고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질환도 다양한 비만은 접근법 자체가 달라야 한다는 것.
성은주 교수는 "소아, 청소년 비만에 대한 중재연구에는 학교와 가정을 기반으로 식습관부터 생활환경, 교육과 운동 방법 등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며 "또한 최소 15년에서 20년간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소아, 청소년의 비만에 대한 정확한 의학적 기준은 물론 최소한의 평가 도구도 개발하지 못한 실정"이라며 "연구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러한 선결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러한 면에서 그는 영국에서 운영중인 소아, 청소년 비만 관리 프로그램을 주목하고 있다.
영국은 현재 정부 주도의 웹사이트를 구축해 이에 관련한 모든 연구 데이터를 공유하고 정부 사업 또한 이를 통해 방향성을 설정하고 있다.
성 교수는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산하 범부처 사업단을 운영하는데 한계가 있다면 이러한 웹사이트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유지, 관리하면서 관련 부처와 전문가를 연계하는 방안도 고려해볼만 하다"며 "중장기적인 중개 연구와 코호트가 필요한 비만에 대해서는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