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까지 보건복지부 본부 근무'라는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들의 기득권이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11일 보건복지부(장관 정진엽)에 따르면, 사무관 이상 공무원들의 산하기관 필수 근무와 고시(행정고시 출신) 공무원에 치우친 보건의료 부서 등에 능력있는 비고시(9급과 7급 공무원 시험 및 의약사 전문직 특채 출신) 공무원 진출을 확대하는 인사 개선 방침을 준비 중이다.
이는 지난달 3일 정진엽 장관이 감성행성 차원에서 추진한 '보건복지부 조직문화 혁신 출범식'의 후속조치로 인사제도 개선을 위한 실천방안으로 풀이된다.
복지부 인사과 정경실 과장은 출범식에서 주무관과 사무관, 서기관, 부이사관 등 직급별 인사 스케줄을 예고하는 방안과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인사교류 등 소위 '깜깜이 인사'로 불리는 관행을 타개하는 인사혁신을 공표했다.
취임 8개월째를 맞고 있는 정 장관은 공무원들의 많은 노력과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침체된 복지부 내부 분위기를 세월호와 메르스 등 일련의 사태와 더불어 인사 불균형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복지부가 준비 중인 방안은 고시와 비고시 무관하게 사무관 이상 공무원들의 산하기관 근무이다.
고시 출신 사무관은 정년까지 복지부 본부에만 근무한다는 대표적 인사 구태를 과감히 탈피하겠다는 의미다.
고시 출신이든, 비고시 출신이든 사무관 이상이 되면 질병관리본부 등 산하기관을 반드시 근무시켜 현장 경험이 정책과 제도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보건의료계에서 복지부 정책 비판 시 단골메뉴인 '탁상행정'이라는 낙인을 떨쳐 버리기 위한 의지도 포함되어 있다.
또 다른 개선방안은 비고시 출신 공무원들의 전진 배치이다.
복지부 본부 전체 인원 780명(2015년 8월 현재) 중 고시 출신 27%, 비고시 출신 73%로 비고시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은 상태이다.
하지만 서기관급 이상 136명 중 고시 출신 공무원이 81.6%(111명)인 반면, 비고시 출신 공무원은 18.4%(25명)에 불과하다.
과장급 이상 10명 중 8명은 고시 출신으로 기획예산과 보건의료 등 주요 요직 실국장, 과장을 장악하고 있고, 비고시 출신은 감사과와 복지과 등 일부 과장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복지부는 능력있는 비고시 출신 공무원을 보건의료 등 기획부서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서이동과 승진 인사 시 이를 반영해 고시와 비고시 불균형을 줄여 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공무원 개별 인사 평가는 차관과 실국장이 키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고위직의 과감한 인식 전환 없이는 '빚 좋은 개살구'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사과 관계자는 "사무관 이상 공무원은 반드시 산하기관에 근무할 수 있도록 하겠다. 지난 2월 질병관리본부에 배치된 본부 사무관과 부이사관 인사도 이를 반영한 것"이라면서 "고시와 비고시 불균형도 능력 중심 과감한 인사 배치로 간극을 좁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1월, 7월 두 차례 정기인사 전 직급별 인사 스케줄 예고와 더불어 내부 통신망 '유니모'에 인사고충 처리 메뉴(무기명)를 신설해 공무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고시와 비고시 문제를 무 자르 듯 단기간 성과 내기는 쉽지 않다. 시간을 둔 개선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내부 통신망 유니모 개편을 통해 칭찬 게시판과 조직문화 혁신 제안을 신설해 반기별 포상 계획 등 침체된 관료주의 쇄신에 주력하고 있으나, 인사와 조직혁신 등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한 공무원들의 불만은 더욱 누적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