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평등은 아직 멀었다. 숨어서 자기 목소리 안 내고 심부름만 하는 여자의사는 안된다. "
한국여자의사회 김봉옥 신임 회장(62)은 의료계 곳곳에서 여의사 '리더'가 나올 때가 진정한 평등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여의사회 제60차 정기총회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김봉옥 회장은 충남대병원 원장이면서 최근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이사장을 맡았다. 여기에 여의사회 회장일까지 더해졌다. 여의사회 회장 중 지방에서 회장이 된 경우는 김봉옥 회장이 처음이다. 그는 이전에도 대한재활의학회 회장 등 다양한 리더의 자리를 지내 왔다.
그는 "하루가 30시간인 것처럼 살고 있다"며 "처음 선배들의 삶이 신기하고 궁금해 여자의사회에 몸을 담았다. 그때가 30대였다. 선배들을 보면서 그들처럼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처음 선배들을 만나서 느꼈던 마음을 후배들도 느낄 수 있도록 전하고 싶은 게 그의 바람.
그래서 김 회장은 2년의 임기 동안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데 힘을 쏟을 예정이다. 후배 여의사들이 앞으로 부딪힐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노하우를 공유하는 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여학생이 소수던 시절에는 남자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많은데다 여자들끼리 뭉치자는 분위기였다"며 "지금은 여의사가 늘어 일부 의학전문대학원에서는 여학생이 한 학년의 60%를 넘는 경우도 있다. 오히려 여학생회를 없애는 분위기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혼과 육아, 일 등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후배들이 어려움에 부딪히면 돌아서지 않고 깨고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네트워크를 강화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의대 학생들에게만 했던 멘토링을 젊은 여의사에게도 확대할 예정이다. 또 상임이사진에 30대를 파격 임용해 젊은 의사들의 생각을 직접 들을 계획이다.
김 회장은 "보통 의사들은 지역, 출신 학교, 전공과 등에 따라 끼리끼리 모이는 경향이 있다"며 "좋은 노하우를 갖고 있는데 그동안 여의사회에 참여를 못 했던 선배를 찾고, 이들이 이야기를 후배들에게 쏟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 의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다가갈 것"이라며 "선배가 짐이 되는 게 아니라 젊은 여의사들의 짐을 파악하고 도와주는 쪽으로 접근을 하려고 한다. 젊은 여의사들의 관심 파악을 위해 설문조사 등을 진행해 현황을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 사회가 아직도 남성 중심적이라고 보고 있다.
김 회장은 "활발하게 일하는 여의사가 많아진 것일 아직 남녀평등이 이뤄진 게 아니다"며 "의료와 의학교육 현장에서 수련과 승진의 기회에 동료 남자의사보다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회장은 남자들이 부회장은 여의사가 하고 있지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의료계 리더의 자리에도 인구 비례대로 25%는 여자가 앉아 있으면 그때는 평등이라고 할 수 있겠다"며 "젊은 여의사가 다음 세대 의료계 리더가 될 수 있도록 키워주는 것이 선배들의 역할이다. 의료계 리더가 절반이 되는 날이 온다면 '여자'라는 단어가 따로 붙은 단체가 없어도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리더의 자리에서 쉼 없이 달리고 있는 김봉옥 회장이 후배 여의사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뭘까.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 평생 하고 싶은 일이 뭔지에 대한 고민을 일찌감치 하세요. 그리고 자기개발에 대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작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