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감사단이 대의원회의 정관 위반 사례를 겨냥해 감사보고서를 작성했지만 정작 정기총회에서 발표하지 않은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겼다.
감사가 대의원회를 감사할 수 있느냐는 등 여러 논란을 의식해 '대승적 차원'에서 해당 내용을 삭제했다는 게 주요 이유였지만 대의원들은 감사보고서 채택 거부로 성난 민심을 드러냈다.
24일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더케이서울호텔에서 제68차 정기대의원총회를 개최하고 2015년도 결산 심의와 2016년도 사업계획 및 예산 심의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이날 감사단은 회무, 회계 감사고보서를 발표하며 이례적으로 특정 항목을 삭제한 채 보고했다.
이원우 감사는 "대의원회에 대한 감사에 대해 여러 논란이 있었다"며 "대승적 차원에서 해당 내용을 삭제토록 했다"고 밝혔다.
앞서 의협 감사단은 대의원회를 겨냥해 뭇매를 예고한 바 있다.
대의원 직선 선출 규정 위반과 운영위 규정 개정의 절차적 하자 등 다수의 규정 위반 사례가 전횡하고 있다는 게 주요 이유다.
이에 대의원회는 감사단이 단정적인 어조로 대의원 직선 선출 규정 위반과 운영위 규정 개정의 절차적 하자 등을 지적했지만 이는 법률 자문을 거쳤을 뿐 아니라 집행부와 함께 한 절차적 정당성을 이미 확보했다며 맞섰다.
일부 대의원들은 감사보고서가 특정 감사의 '정치적 맥락'에서 작성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김세헌 감사의 불신임 발의 사유서를 제출받기도 했다.
실제로 감사단은 의사와 협회에 대한 이미지 훼손, 왜곡된 보도에 대한 재발방지책 마련, 회비납부율 상향 대책, 연차적인 퇴즉급여충당금 적립 예산 편성 등의 내용을 발표했을 뿐 예고했던 대의원회를 겨냥한 19번, 20번 항목은 삭제한 채 발표했다.
이에 좌훈정 대의원은 "감사보고서를 보고 참담함 느꼈다"며 "감사는 대의원회서 선출하고 협회 회무를 감사하는 자리인데 1년 동안 집행부 회무에 대해 분노한 여러 사안들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격의료 저지나 한방 현대 의료기기 등 실기한 부분이 많은데 감사보고서에 누락이 돼 있다"며 "이를 두고 이원우 감사는 복지부에 감사 내용을 보고해야 하니까 복지부가 볼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감사단이 대의원회 운영 규정 감사한 내용을 철회하겠다고 했는데, (이 감사보고서 때문에) 자칫 1년 동안 대의원회 회무가 무효가 될 뻔 했다"며 "이건 사람 뺨을 때려놓고 손이 잘못 나갔다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동욱 경기대의원은 "추무진 회장에 대한 무능에 대해서 7063명이 불신임 해달라고 청원한 적도 있지만 감사보고서에는 일언반구가 없었다"며 "반면 정능수 감사는 복지부 눈치보기 때문에 이런 내용 쓸 수 없다고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감사단이 대의원회에 대해서 정관 위반이라는 단정적 표현 10번 이상 썼다"며 "어제 야합해서 해당 부분을 삭제했다고 그냥 넘어가자고 했는데 이런 감사보고서는 절대 채택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대의원회의 격앙된 분위기는 감사보고서 채택 거부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대의원들은 회무 감사보고서에 대해 반대 119표, 찬성 58표, 기권 4표로 채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