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일회용 점안제를 재사용하지 못하도록 허가사항을 변경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사용을 목적으로 고용량 일회용 점안제를 처방해달라는 환자들의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고용량 일회용 점안제가 있는 상황에서 환자들의 인식을 전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식약처는 보존제가 들어있지 않은 일회용 점안제 179 품목에 대한 재평가를 실시하고 일회용 점안제를 개봉 후 즉시 사용하고, 사용 후 남은 약액과 용기는 바로 버리도록 권고했다.
다회용 점안제와 달리 일회용 점안제는 무보존제로서 밀봉용기에 제조되며, 개봉 후 무균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후 올해 1월 식약처는 일회용 점안제 재평과 결과에 따라 개봉한 후 1회만 즉시 사용하고, 남은액과 용기는 버리도록 허가사항을 변경했다.
허가사항이 바뀐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일회용 점안제 용량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처방에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일회용 점안제는 0.3ml부터 1.0ml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향의 제품이 유통되고 있다.
문제는 일회용 점안제를 재사용하지 않도록 허가사항이 변경됐음에도 불구하고 재사용 습관이 남아있는 환자들이 고용량 처방을 요구하고 있는 것.
의사가 식약처 안전성 서한과 허가사항 변경 등을 이유로 환자에게 재사용 금지를 환자에게 권고하며 저용량을 처방하려해도 (재사용을 목적으로) 고용량 처방을 원하는 환자들이 여전한 상황이다.
실제로 서울 A안과의원 원장은 "저용량 일회용 점안제를 처방하려해도 재사용이 가능한 고용량 제품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며 "고용량 제품으로 재처방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아 애로사항이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일회용 점안제를 한번만 쓰고 버리라고 설명해도 이미 고용량이 있는 상황에서 설득력이 없다"며 "상당수 환자는 재사용하지 않겠다고 말은 하지만 재사용을 목적으로 고용량 처방을 요구하는 것이 눈에 뻔히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재사용 금지에 대한 규정만 있을 뿐 용량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환자들이 재사용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고용량을 처방할 수 밖에 없다"며 "차라리 저용량만 있다면 재사용 금지가 자리 잡기 쉬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복약지도를 해야 하는 약사들도 불만이 크다.
서울 B 약사는 "일회용 점안제를 환자에게 주면서 재사용 하지 말라고 복약지도를 하고 있지만 오래전부터 고용량으로 재사용을 해오던 환자들의 인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며 "아직까지 상당수 환자들이 일회용 점안제를 재사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회용 점안제의 재사용이 끊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지침과 맞지 않는 포장단위"라며 "식약처가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 일회용 점안제의 재사용을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다면 일회용 포장에는 일회 사용량을 넣은 제품을 생산하도록 별도의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다보니 저용량 일회용 점안제를 생산하는 제약사의 한숨도 깊다.
식약처의 허가사항 변경에 맞춰 저용량 일회용 점안제를 생산하고 있지만 재사용을 목적으로 고용량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것.
C 제약사 관계자는 "식약처 허가사항 변경에 맞춰 저용량 일용회 점안제를 만들었지만 판매율이 저조해 창고에 재고만 쌓이는 실정"이라며 "소비자의 인식이 바뀌지 않고 고용량 제품들이 여전히 유통 및 처방되고 있는데 뭐하러 제품 규격을 소량으로 변경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식약처가 허가사항 변경에 맞게 포장단위 가이드라인을 정해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식약처 역시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포장단위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식약처 의약품안전평가과 관계자는 메디칼타임즈와의 통화에서 "어려운 문제라는 점은 인식하고 있다"며 "만일 용량을 강제할 수 있어서 저용량만 판매하라고 하면 제일 편하긴 하지만 용량에 대해 식약처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인 환자의 경우 점안 시 흘리는 경우도 많아 고용량 일회용 점안제도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일회용 점안제 재사용이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혹시 모를 부작용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지금까지 재사용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았느냐는 주장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회용 점안제 재사용 금지는 부작용 발생 가능성 때문이다. 단 몇 %라도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있다면 소비자들이 제대로 쓰게끔 하는 것이 식약처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대국민 홍보를 강화해 일회용 점안제 재사용 금지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식약처 의약품안전평가과 관계자는 "일회용 점안제 재사용을 금지하는 허가사항 변경은 시작이라고 보면 된다"며 "안전서약메뉴얼이나 약 바로 쓰기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펼쳐 일회용 점안제 재사용 금지를 위한 대국민 홍보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