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7월 이후 지자체 보건소에 달라진 유권해석에 입각해 요양병원 당직의료인 준수여부 점검을 지시한 사실이 알려지자 전국 요양병원들이 의료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점검 핵심은 당직의료인으로 인정된 간호사 충족 여부이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2014년 6월 의료법 제41조 및 시행령 제18조에 규정한 당직의료인 중 요양병원 유권해석을 통해 '당직의료인 간호인력 중 3분의 2 이하를 간호조무사로 대체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법제처는 올해 2월 간호협회가 요청한 동일 질문에 '요양병원 당직의료인으로 두는 간호사를 간호조무사로 대체할 수 없다'고 복지부와 다른 해석을 내렸다.
결국 복지부는 법제처 유권해석을 준용해 6월말까지 당직의료인을 갖출 수 있는 유예기간을 부여했으며, 7월 이후 보건소를 통해 전국 1400개 요양병원 점검을 지시한 상태이다.
복지부의 전향적 개선을 내심 기대한 요양병원들은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지방 요양병원 원장은 "법제처 유권해석은 의료현실을 감안해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던 복지부가 갑자기 어쩔 수 없다며 의료법 준수여부 점검을 지시해 당혹스럽다"면서 "요양병원 상당 수가 복지부 유권해석 이후 간호조무사를 야간병동이나 당직으로 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요양병원 원장은 "간호사 채용이 하늘에 별 따기와 같다. 새내기 간호사 급여를 2700만원 이상 준다고 해도, 기숙사 등 숙식을 제공해도 오지 않는다"고 전하고 "지금은 겨우 간호사 정원을 맞추고 있으나 상급종합병원 간호간병제도 조기 실시로 중소병원과 요양병원 등 간호인력 이탈 도미노 현상이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요양병원협회도 회원 병원들의 불만을 의식해 복지부와 협의를 진행 중이나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실정이다.
박용우 회장은 "요양병원에서 당직의료인으로 간호사를 채용하라는 것은 현실을 간과한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면서 "현재 기대를 거는 것은 오는 6월로 예정된 요양병원이 제기한 대법원 판결이다"라고 말했다.
경남 A 요양병원은 당직의료인 배치 기준 위반으로 해당지역 보건소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았으나,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벌금형,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지난해 9월 의료법 제41조(당직의료인)에 입각해 구체적인 당직의료인 수를 시행령에만 규정했을 뿐 모법이나 대통령령 하위 규범에 위임하지 않았다며 죄형법정주의에 입각해 요양병원 무죄를 선고했다.
박용우 회장은 "대법원 판결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의료법 상 미비한 당직의료인 규정을 개정할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판결 후 의료법 개정이 불가피한 만큼 제20대 국회를 통해 의료현실에 입각한 법 개정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