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누적 흑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누적흑자가 의약단체와의 수가협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6년도 수가협상에서 '건강보험 중기 보장계획'을 이유로 수가 인상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중기 보장성 계획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투입분은 2014년 1조4450억원, 2015년 2조510억원, 2016년 1조8740억원, 2017년과 2018년에는 6320억원이다. 총 6조6340억원에 이른다.
즉 건보공단은 사상 최대치의 누적흑자를 기록했지만, 건강보험 중장기 보장계획에 투입될 막대한 양의 재정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내년도 수가 인상에 투입하는 재정, 즉 추가재정분을 줄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 같은 건보공단의 의중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우선 중기 보장성 강화계획이 마련된 2014년 이후부터 추가재정분은 매년 감소해왔다.
구체적으로 2014년도 수가협상에 6898억원의 추가재정분이 투입된 이후 2015년도(6685억원), 2016년도(6503억) 수가협상에서 추가재정분은 계속 감소해왔다.
전년도에 차기년도 수가인상률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2014년 중기 보장성 강화계획이 마련된 이후 보장성 강화에 투입될 재정을 우려해 건보공단은 추가재정분, 이른바 밴딩 폭 확대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4대 중증질환과 3대 비급여 등 중기 보장성 강화계획에 가장 많은 사항이 포함된 병원의 추가재정분 규모가 2015년도 수가협상부터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임플란트와 노인틀니 급여화 등이 포함된 치과의 경우도 추가재정분 규모가 중기 보장성 강화계획 수립 이후 줄어들었다.
결국 매년 수가협상에서 각 유형은 표면적으로 매년 평균 2%대의 수가인상률을 기록했지만 밴딩 폭은 갈수록 줄어들어 실제로 가져가는 실익은 없다고 볼 수 있다.
1차 협상이 대부분 마무리된 '2017년 유형별 수가협상'에서도 밴딩 폭 확대에 대한 건보공단의 부담감은 드러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 박완수 수석부회장은 "중기 보장성 강화계획에 한의계는 2018년부터 추나, 물리치료 등 일부가 포함되기 시작한다"라며 "2017년까지는 중기 보장성 강화계획에 한의계는 배제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건보공단은 벌써 중기 보장성 강화계획에 투입될 재정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중기 보장성 강화계획에 따라 2018년에 한의계에 투입될 연간 4000억원의 재정 때문에 2017년도 수가협상 추가재정분, 이른바 밴딩 폭에 영향을 받는다면 한의계는 이중고를 겪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다른 공급자 단체 관계자는 "중기 보장성 강화계획으로 인한 재정 부담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는 핑곗거리에 불과하다"라며 "재정부담의 규모가 매년 수천억원이 투입된다고 하지만 누적 흑자가 17조원에 이르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간단히 말하면 보장성 강화로 인해 그동안 국민으로부터 받던 진료비를 건보공단으로 받게 되는 것"이라며 "국민 혜택은 늘어났지만, 요양기관 입장으로서는 급여권으로 포함되면서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한 상태인데 이를 수가협상까지 연계시킨다면 옳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2017년도 2차 유형별 수가협상은 오늘(20일) 치과의사협회를 시작으로 진행된다. 2차 수가협상에서는 건보공단이 생각하는 각 유형별 수가인상에 대한 입장을 전달함에 따라 각 유형과 건보공단의 줄다리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