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아프다"며 1년여 동안 6곳의 병의원을 전전하던 30대의 주부 송 모 씨는 7번째 병원인 서울 강남구 J병원을 찾았다.
그는 "허리가 아프고 저리다. 오른쪽 엉덩이 쪽이 욱신하고 저리다. 왼쪽 엉덩이와 허벅지, 종아리, 발끝까지 저리고 당긴다"는 증상을 호소했다.
6개의 병의원에서도 송 씨는 "허리가 아파서 기침도 못하고 세수하기 힘들다. 서서 허리를 숙이면 많이 불편하다"며 일관된 증상을 보였다.
J병원 의료진은 MRI 검사를 실시했고 제2-3, 3-4, 4-5 요추간과 제5요추-제1천추간 추간판 탈출증 진단을 내렸다.
그리고 ▲디스크내 고주파 열치료술 ▲제3-4, 4-5 요추간 카테터 이용한 요추부 신경성형술 ▲디스크내 주사치료를 했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송 씨는 그동안 한 번도 언급한 적 없었던 증상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는 "오른쪽 다리에 힘이 없고, 왼쪽 다리가 무겁고 감각이 둔하다. 걸을 때 양쪽 다리에 힘이 잘 안 들어가 오래 걷지 못한다. 발바닥에 불이 나는 느낌이다. 계단 오름이 잘 안된다. 까치발이 안되고 왼쪽 발은 동상 걸린 것처럼 감각이 무디다"고 했다.
그렇게 송 씨는 4개월 사이 다시 4곳의 병원을 전전하며 입원과 재활치료를 반복해야 했다. 현재 송 씨의 증상은 나아지지 않은 상황.
송 씨와 가족은 당시 시술을 담당했던 J병원 의사를 상대로 의료상 주의의무 위반, 설명의무 위반 등을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재판장 정은영)는 병원의 책임을 70%라고 보고, 3724만원을 배상하라는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송 씨가 요통으로 여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지만 까치발을 하기 곤란하다는 등의 증상을 호소한 적이 없다"며 "J병원 내원 당시도 하지가 저리다는 정도였지만 시술 이후 다리에 힘이 없고 까치발 못하는 등 증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진료기록 감정의도 신경성형술 전후 MRI 검사 결과를 비교하면 시술 후 중심성 추간판 돌출이 조금 더 악화됐고, 신경 압박 부분에 자극이 가해져 증상이 나타났던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재판부는 "수술적 치료법보다 침습성이 덜하지만 카테터를 환부까지 몸속으로 집어넣어 약물을 투입하는 방법으로 시행되기 때문에 혈관, 신경 등 다른 부위에 손상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며 "시술 과정에서 신경을 손상시키거나 추간판 돌출을 악화시켜 악결과가 발생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