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임시대의원총회에 모인 각 수련병원 전공의들은 답답한 의료현실에 대한 한탄과 선배들의 안일함에 대한 성토를 쏟아냈다.
최근 전공의 특별법과 관련해서는 '경영수단 이용말고, 양질 교육 제공하라'라고 적힌 어깨띠를 매고 결의안을 제창하기도 했다.
이날 대전협은 의료계 뜨거운 감자인 ▲일명 신해철법 ▲전공의 특별법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및 의료일원화 등 현안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마련하고자 자리를 마련했다.
각 수련병원의 전공의들의 다양한 의견과 질문 속에는 "왜 선배의사들은 조용한가"라는 불만과 "지금의 의료현실 속 전문의를 취득하는 게 무슨 소용인가"라는 불안감이 베어나왔다.
특히 일명 신해철법(의료사고피해구제및의료분쟁조정법)에 대해 일선 전공의들의 불안감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응급실에서 환자가 사망할 때마다 의료분쟁 준비를 해야하는 것 아니냐"라면서 "내가 전문의를 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살릴 확률이 10%라도 있으면 누구라도 먼저 나서 살리려고 하지만 앞으로는 자칫 분쟁에 대한 두려움으로 위축될 것이 뻔하다"고 덧붙였다.
고대의료원 전공의는 "이 법의 타깃은 결국 전공의"라고 주장했다.
사망 및 중상해 환자에 대한 분쟁이라면 중증도가 높은 대학병원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일차적으로 환자를 접하는 것은 전공의이므로 결국 전공의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는 "대전협도 더욱 목소리를 내야하지만 의·병협과 내과, 외과, 응급의학과 등 관련 학회에서 어떠한 입장 발표도 없다는 점이 섭섭하다"면서 "선배 의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전공의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수련환경을 바꿔 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보다는 유명무실한 법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특히 PA양성화를 추진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했다.
지난 2014년도 2차 의정협의문에서 PA양성화 추진 중단을 약속했음에도 최근 전공의 특별법 시행을 기점으로 슬그머니 PA활성화를 내세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는 "미국의 PA와 한국에서 말하는 PA는 엄연히 개념이 다르다. 미국은 철저히 어시스턴트 역할에 국한하지만 한국은 싼값에 의료행위를 시키겠다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대전협 송명제 회장은 "PA활성화는 절대 합의불가 방침과 함께 전공의 평가수련위원회 위원 구성에 전공의가 적극 참여하는 방안을 정부에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련제도 정착을 위해 호스피탈리스트 조기 정착과 함께 정부가 수련비용을 지원하는 방안도 함께 주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는 단 하나의 의료기기라도 허용하면 즉각 파업에 나서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고대의료원 전공의는 "신해철법,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허용 등 최근 현안에 대해 왜 전공의가 먼저 나서야하느냐"라면서 "권위있는 의대교수가 분명하게 입장을 내야한다"고 거듭 선배 의사들의 변화를 거듭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