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뇌관'인 비급여 통제를 놓고 대한의사협회가 딜레마에 빠졌다.
비급여 통제는 흐름이기 때문에 정부 주도의 행위분류 연구에 참여해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과 비급여 통제는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27일 의협 관계자에 따르면 의협은 최근 열린 상임이사회에서 격론 끝에 정부의 비급여 관리는 막아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격론의 발단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8일 발주한 '의료행위 통합운영체계 마련' 연구용역이다.
의료현장에서 시행되는 의료 행위를 수집, 분석하고 분류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이다. 구체적으로 급여 및 비급여 항목의 진료비를 분석하고, 단가 및 빈도·횟수 등에 대한 통계 값 등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연구기간은 8개월, 사업 예산은 약 1억원이다.
의협은 이미 지난 3월부터 비급여 관리에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한 상임이사회 결의를 거쳐 연구용역 참여 준비를 해오던 상황.
의협 상대가치위원회와 27명으로 구성된 보험위원회도 의협이 먼저 나서서 비급여 체계를 연구하는 일을 지지했다.
의협 관계자는 "비급여 통제 움직임은 이미 막지 못하는 상황에서 손놓고 있을 수 없다"며 "심평원 연구용역은 의학적으로 순수한 표준화 작업 일환이다. 분류체계 연구를 의협이 주도적으로 하는 것이야말로 의협의 존재 이유"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하지정맥류 실손보험 제외 문제가 의료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정부의 비급여 통제에 대한 움직임에도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의협 내부에서도 비급여 연구에 의협이 굳이 나설 필요가 있냐는 부정적 기류가 형성됐다.
의협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서 비급여를 관리하려는 발상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거기다 심평원이 나서서 비급여를 관리한다면 실손 보험사가 반길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손보험사도 비급여 통제가 필요하다며 눈에 불을 켜고 있는 마당에 의협은 정부의 움직임을 막는 게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결국 최근 열린 상임이사회에서 의협의 심평원 연구용역 참여 문제를 표결에 부친 결과 찬성 5명, 반대 13명이었다. 추무진 회장은 아예 해당 문제를 안건으로도 올리지 않겠다고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심평원도 해당 연구용역에 의협의 참여를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국은 불발. 지난 20일 의료행위 통합운영체계 연구용역을 재공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