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ADHD 치료제 급여기준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환자는 물론 의료진들까지 나서서 한 목소리로 급여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3년 ADHD 치료제 급여인정 연령을 기존 '6~18세'에서 '18세 이상 성인'까지로 확대했다. 그러나 해당 급여기준에 따르면 18세 이전에 ADHD 확진을 받고 약제를 투여하던 환자가 18세 이후에도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만 급여를 인정받을 수 있다.
즉, 18세 이전에 ADHD 확진을 받지 못했던 성인 ADHD 환자들은 전액 본인부담으로 치료제 처방을 받아야 한다. 이러다보니 상당수 ADHD 환자들은 스스로 치료를 포기한 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직까지 소아질환이라는 인식이 높은 ADHD. 성인에서 이를 방치하면 어떤 문제가 우려되는지, 그리고 현재 급여기준은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는 것이 바람직한지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정유숙 이사장을 통해 들어봤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소아청소년 ADHD 환자의 약 50% 정도가 성인기까지 그 증상이 지속된다."
정유숙 이사장의 말이다. ADHD를 소아질환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DHD가 소아질환이라는 인식을 갖게 배경은 소아기와 성인기에서의 증상 발현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성인에서의 ADHD 증상을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ADHD는 질환의 특성상 소아기에는 주의력결핍 증상이 있더라도 과잉행동이 우세하게 보이는데 과잉행동 증상은 연령이 증가해 청소년기가 되면 과잉행동은 감소하는 경과를 보인다"며 "그러나 주의력결핍 증상은 지속되며 더불어 다른 동반 질환이 수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소아기의 과잉행동과 관련된 증상은 특별한 진단 없이도 학교 및 가정 생활에서 쉽게 인지할 수 있지만, 그 이후의 주의력 결핍과 관련된 증상은 질환에 대한 정보를 충분하게 접하지 못한 경우에는 자칫 놓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성인 ADHD 환자가 사회생활 및 대인관계에서 겪을 수 있는 불이익은 무엇일까.
정유숙 이사장은 "성인 ADHD에서는 아동기 ADHD와 달리 주의력 결핍, 체계적이지 못함, 충동성 등이 여러 양상으로 나타난다"며 "해야 할 일을 잊거나 물건 또는 대화의 흐름을 잃고, 업무를 완수해내지 못하거나 시간 관리를 잘 하지 못한다. 위험한 운전을 하거나 생활 패턴에 문제를 보이고 다른 동반 질환으로 인해 정신 건강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정 시장은 "실제로 ADHD 환자들은 직장 내 이직하는 비율이 높고 소득 수준이 낮으며 실직률도 높고 자녀양육에 문제를 보이는 경우도 많다고 보고되고 있다"며 "운전 부주의로 인한 사고도 잦고 결혼 생활도 순탄하지 않으며 재정관리도 제대로 안 될 수 있다. 질환이 조절되지 않는 ADHD 성인환자는 사고율 또한 높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아동기 ADHD와 마찬가지로 성인 ADHD 일차치료로는 약물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에 따르면 다양한 가이드라인에서 ADHD 일차치료로 약물치료를 권하고 있다.
그는 "성인이든 아동기이든 상관없이 약물의 효과는 비슷한 수준으로 효과적이며, 부작용(심혈관계, 수면, 식욕장애 등) 발현의 정도 또한 동일한 수준"이라며 "일차적 치료인 약물 치료에 추가해 정신교육, 인지행동치료 등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든 환자는 동일하게 치료받을 권리 있다"
정유숙 이사장은 모든 환자는 동일하게 질환을 치료할 권리가 있다는 점에서 현재 성인 ADHD 치료제 급여기준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정 이사장은 "성인 ADHD 환자의 경우 본인이 질환을 인지하지 못한 채 소아 청소년기를 보낸 경우가 많다"며 "특히 국내의 경우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이해도나 인식이 여전히 낮기 때문에 소아 청소년기에 치료 시기를 놓친 환자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할 때 뒤늦게 질환을 발견했다는 이유만으로 급여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모든 환자는 동일하게 질환을 치료할 권리가 있다"며 "실제로 미국, 캐나다 등 의료 선진국에서는 소아 및 성인 모두에 진단 시기와 상관없이 치료제 급여를 적용토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인 ADHD 급여 확대에 대한 임상적 근거도 제시했다.
그는 "메칠페니데이트 서방형 제제 일부, 스트라테라 캡슐 제제 등 이미 3상 연구를 거쳐 허가 사항 상 6세-65세까지 복용 가능한 ADHD 치료제들이 많이 나와 있다"며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도 성인 ADHD 1차 및 2차 치료제로 메칠페니데이트서방형경구제, Atomoxetine, 메칠페니데이트 일반형 경구제를 추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의의 지도에 따라 ADHD 치료제를 처방할 경우 약물 오남용의 우려가 거의 없고, 오히려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으면 오남용이 감소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또 오남용에 대한 잠재적 위험보다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훨씬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유숙 이사장은 "전문의 지도 하에 처방할 때 약물오남용 및 중독 위험은 거의 없다. 학회에서도 오남용 케이스에 대해서 조사를 하려고 했지만, 보고된 케이스가 없을 정도로 한국에서는 잘 모니터링 되고 있다"며 "모니터링 하에 적절한 약물 치료를 받는다면 오히려 오남용이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있을 정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진행했던 연구결과에 따르면 성인 ADHD 환자 1인당 연간 약 500만원에 달하는 업무 손실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번만큼은 꼭 급여 확대돼 성인 ADHD 환자에게 도움되길"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그동안 성인 ADHD 급여확대를 위한 목소리를 꾸준히 내 왔지만 정부와의 논의는 큰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다시 논의를 진행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는 분위기다.
정 이사장은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성인 ADHD 급여확대가 필요하다고 정부에 몇 번에 걸쳐 의견서를 전달하는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지만 정부는 현행유지를 통보하는 등 관련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며 "최근 다시 급여 확대에 대한 심사가 이뤄질 예정으로 알고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이번만큼은 꼭 급여확대가 돼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성인 ADHD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성인 ADHD 치료제 급여 확대를 위한 노력과 함께 소아기뿐 아니라 청소년기와 성인기에서도 적극적인 ADHD 치료가 필요하다는 홍보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정유숙 이사장은 "한국에서 ADHD는 약 2000년대 초반부터 진단되기 시작했다. 학회 차원에서 ADHD에 대한 인지도 제고 및 올바른 의학적 정보를 전달하고자 2000년대 초반부터 매년 재능기부의 형식으로 '대국민정신건강캠페인'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진행해 왔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청소년기와 성인기에는 그 활동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내부적으로 청소년기에 충분하게 치료되지 못하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반성이 있었고, 올해 대국민 홍보행사의 주제로 '응답하라 중2병: 청소년 ADHD를 중심으로'를 선정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는 ADHD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고, 4월 5일을 ADHD의 날로 제정해 올바른 치료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알리기로 다짐하는 성명서도 발표했다"며 "나아가 내년에는 'ADHD는 소아에 국한된 질환이 아닌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는 취지에서 올해와 같은 캠페인을 통한 성인 ADHD의 홍보와 매년 진행했던 '대국민정신건강캠페인'을 성인 대상으로 더욱 강화한 교육활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