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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에 한번, 급여에 두번 우는 성인ADHD 환자들

손의식
발행날짜: 2016-06-28 05:00:58

"사회적 편견에 급여 확대 요구 목소리도 못 내는 슬픈 현실"

어렸을 때 과잉행동이 많았다면 나이가 들고 성인이 되면서는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가 하면 타인을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곤 했다. 그래도 그저 성격 탓으로 여겼다.

그러다가 성인이 돼 발병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치료를 위해 방문한 병원에서A DHD 검사와 상담을 통해 내게 ADHD 증상이 있음을 알게 됐다.

다행스러운 것은 '약'이 있다는 것이었다. 내 경우 적정용량보다 조금 적게 처방받고 있는데 약값만 한달에 10만원대 초, 1년이면 120~150만원 정도가 들었다. 그러다가 성인 ADHD 급여기준을 알게 됐다. 18세 미만에 확진을 받아야 성인이 돼서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니.

어릴 적부터 증상이 있었음에도 모르고 있다가 이제야 증상을 알게 돼 치료를 받으려 하는데 18세가 넘어 확진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보험적용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상은 메디칼타임즈와 만난 실제 성인 ADHD 환자 H 씨의 하소연이다.


질환에 울고 급여기준에 또 한 번 우는 성인 ADHD 환자들

복지부는 지난 2013년 주의력결핍장애(ADHD) 치료제 급여인정 연령을 기존 '6~18세'에서 '18세 이상 성인'까지로 확대했다.

따라서 H 씨의 사례처럼 18세가 넘어서 ADHD를 확진 받는 경우 급여를 인정받을 수 없다. 18세 이상에서 ADHD 치료제를 급여인정 받기 위해선 소아 청소년기에 ADHD 확진을 받고 약제를 투여하던 환자가 18세 이후에도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만 해당한다.

그러다보니 H 씨와 같은 성인 ADHD 환자들은 질환으로 인한 고통에 경제적 부담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그러나 질환의 특성 상 '커밍아웃'을 해야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현실에서 환자들이 직접 급여기준 확대를 요구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성인ADHD 환자 H씨는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현 급여기준로 인한 고통을 토로했다.
H 씨는 "ADHD로 진단받기까지 수년이 걸렸다"며 "돌고 돌아 겨우 진단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게 돼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 삶을 살고 있는데, 뒤늦게 진단받아서 보험급여 적용이 안된다니 너무 절망적"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나라도 나서서 성인 ADHD 급여 확대가 절실하다고 외치고 싶다"며 "그러나 신경정신과질환에 대한 편견 때문에 소리내 환자의 권익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없는 이 현실도 너무나 슬프다"고 토로했다.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회 정유숙 이사장 "모든 환자 동등한 치료 권리 있다"

성인 ADHD 환자들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대한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회 등 의료전문가들은 성인 ADHD 환자에 대한 급여기준 확대가 절실하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회 정유숙 이사장은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성인ADHD 환자의 경우 본인이 질환을 인지하지 못한 채 소아 청소년기를 보낸 경우가 많다“며 "특히 국내의 경우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이해도나 인식이 여전히 낮기 때문에 소아 청소년기에 치료 시기를 놓친 환자들이 많고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비용도 크다"고 말했다.

특히 성인 ADHD 환자들은 질환의 특성상 직장생활에 적응이 어려운 경우도 많아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개인적인 문제는 물론 업무 손실로도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난 2009년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진행했던 연구결과에 따르면 성인 ADHD 환자 1인당 연간 약 500만원(4,336달러)에 달하는 업무 손실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정유숙 이사장.
정유숙 이사장은 "이와 같은 현실을 고려했을 때 뒤늦게 질환을 발견했다는 이유만으로 급여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모든 환자는 동등하게 질환을 치료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 학회와 전문가들은 복지부에 성인 ADHD 치료제에 대한 급여기준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정부와의 논의는 진전을 보이지 않다가 최근 다시 급여 확대 심사를 앞두고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분위기다.

정 이사장은 "성인 ADHD 급여확대가 필요하다라고정부쪽에 몇 번에 걸쳐 의견서를 전달하는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었다"며 "하지만 정부는 현행유지를 통보하는 등 관련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었는데, 최근 다시 급여 확대에 대한 심사가 이뤄질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만큼은 꼭 급여확대가 돼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성인 ADHD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심평원 "급여 확대 요구 잘 알고 있다. 전문가 의견 수렴 강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ADHD 치료제 급여확대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심평원 약제기준부 관계자는 "ADHD가 소아에서 많이 발생했기 때문에 허가사항 등을 고려해서 현 급여기준 잡혔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관련 학회 등에서 성인 ADHD 환자에 대한 급여개선을 신청한 상태고 심평원 내부에서도 열심히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심평원은 급여기준 확대에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학회 등 외부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약제기준부 관계자는 "심평원은 급여개선을 많이 하고 있다 한 달에도 몇 개씩 (개선안이)나가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급여기준 일제정비도 진행하고 있고 최근 의견 수렴을 더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성인 ADHD 급여기준 개선 논의도 같은 선상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무래도 외부에서 볼 때 ADHD 급여기준에 부족한 부분이 있으니까 그동안 의견을 줬을 것이다"며 "이번 ADHD 급여기준 확대를 논의할 때도 내부 위원끼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학회 전문가도 함께 참여해 논의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성인 ADHD 환자들이 겪는 고통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도 밝혔다.

심평원 약제기준부 관계자는 "급여기준이라는 것은 보편적인 부분에 대해 인정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환자 개개인의 적응증과 상태가 다르다보니 ADHD 문제 때문에 고생하는 분이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 최근 외부의 요구가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인 ADHD 급여기준 확대는 위원회에서 결정할 문제이고 전문가들이 판단을 잘 해줄 것이다"라며 "약제기준부는 실무를 추진하는 부서다.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관련 근거가 있으면 당연히 확대가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