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외과, 비뇨기과가 내년도 전공의 수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 추진하는 방안에 의료계가 술렁이고 있다.
대한내과학회와 대한외과학회의 주장대로 수련기간 단축은 전공의 수련을 질을 높이고 호스피탈리스트(병동 입원전담 주치의)를 늘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수련기간 단축 왜 시작됐나
내과가 수련기간 단축 카드를 꺼내든 것은 재작년인 2014년, 내과 역사 이래 첫 전공의 미달사태가 현실화 된 직후 급물살을 탔다.
내과 전문의 80%가 세부전문의를 취득하는 것을 감안할 때 수련기간이 길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새어나오던 찰나, 내과 위기의 대안으로 수련기간 단축이 수면위로 급부상한 것이다.
일반내과 전문의 4년에 세부전문의 2년을 마치고 펠로우까지 마치고 나면 시간이 훌쩍 지난다. 남성의 경우 군의관 혹은 공보의로 약 3년간의 군복무까지 합치면 10년이 걸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몇년 전부터 과연 수련기간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게다가 일반내과 4년간 제대로 수련받는 시간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지적까지 제기되면서 수련기간을 3년으로 줄이되, 제대로 된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는 수년 째 위기에 봉착한 외과도 마찬가지다.
외과 또한 상당수가 세부전문의를 선택하고, 이 과정을 거치려면 약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외과 4년간 맹장수술 한번 못해보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수련의 질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왔다.
외과도 수련기간을 줄임과 동시에 수련 프로그램의 내실을 기하자는 데 합의했다.
다시 말해 수련기간 단축을 계기로 현재 수련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손질해보자는 게 이들 학회의 생각이다.
이와 함께 내과, 외과가 공통적으로 추진 중인 호스피탈리스트 양성을 위해서도 수련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유인책이 될 것이라고 봤다.
수련기간이 짧아진 것에 대한 메리트를 느껴 호스피탈리스트를 선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과·외과, 수련기간 단축 계기로 수련 질 높이자
이처럼 내과와 외과는 이를 계기로 현행 수련제도의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한내과학회 이수곤 이사장은 "내과 전문의 80%가 세부전공을 선택하는데 일반내과 4년은 너무 길다는 논의가 꽤 오래 전부터 있었다"라면서 "더 문제는 전공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과 전공의 수련 기간을 줄이면 빈자리에 호스피탈리스트가 빠르게 정착할 것"이라면서 "수련 프로그램도 3년으로 단축하는 것에 맞게 개편 중"이라고 말했다.
값싼 노동인력 취급을 받으며 4년간 수련받았던 것을 3년으로 줄이면서 제대로 된 수련과정으로 바꾸면 수련의 질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수곤 이사장은 "외국의 사례이지만 내과 세부전문의가 38%가 적절하다는 연구결과를 감안할 때 국내 80%는 너무 많다"면서 "우선 적절한 세부전문의 비율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외과도 마찬가지다.
대한외과학회 노성훈 이사장은 "지금의 수련 프로그램은 '옥상옥'인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3년으로 줄이고 선택적으로 세부전문의를 하는 편이 낫다"고 봤다.
그에 따르면 외과학회는 외과 수련단축을 위해 오송에 술기센터를 오픈, 술기 수련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이에 발맞춰 교육과정 개편도 추진 중이다.
노 이사장은 "학회는 물론이고 외과의사회에서도 3년으로 감축하는 것을 두고 만장일치로 찬성을 이끌어 낸 상태"라면서 "외과 수련 프로그램 개편 TFT를 중심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외과 수련을 3년으로 단축하면 일반외과를 선택, 호스피탈리스트 활성화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지금은 4년이라고 해도 4년차들을 전문의 시험을 이유로 이르면 6월, 늦어도 10월부터는 제대로 된 수련이 이뤄지지 않는다"라면서 "3년으로 줄이는 대신 전문의 시험 끝나고 2월말까지 수련받는 시스템을 정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각 수련병원, 전공의, 타과 모두 우려
그렇다면 내과, 외과가 예측했듯 수련기간 단축은 수련의 질을 높이고 호스피탈리스트 제도를 활성화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까.
수련을 받는 당사자인 전공의들은 2년을 할 수 밖에 없는 3년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높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송명제 회장은 "일부 수련병원 내과 의국장 설문조사 결과 찬성한다는 의견은 단 한명도 없었다"라면서 "성급하게 추진된 측면이 많다. 향후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4년을 3년으로 줄이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지금 논의되는 것은 3+2년으로 반드시 2년을 해야 하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전공의들의 불안감이 높다고 했다.
내과와 외과 이외 타과 전문의들의 시선도 곱지 만은 않다.
대한신경외과학회 임영진 이사장 "각 전공별로 특징이 있으니 줄일순 있다. 하지만 어느정도 협의가 필요하다. 최근 내과, 외과 수련기간 단축은 순간적으로 결정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가 우려하는 바는 향후 신경외과 전공의 지원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하는 점이다.
그는 "신경외과는 단축할 계획이 없다. 수련기간은 길고, 더 힘든데 자칫 전공의 기피현상이 심각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여전히 병동 운영의 상당부분을 전공의에 의지하고 있는 각 수련병원장들은 강하게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A수련병원 병원장은 "나 또한 이번에 3년으로 단축하겠다고 밝힌 비뇨기과이지만 사실 내과, 외과에 어쩔 수 없이 따라갔다고 본다"면서 "지금도 미달현상이 심각한데 내과, 외과에서 3년으로 줄이면 비뇨기과에 누가 오겠느냐는 불안감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병원을 운영하는 병원장 입장에선 수용하기 힘든 일"이라면서 "어느정도 인프라를 갖춰놓은 상태에서 추진해야하는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B수련병원 병원장은 "극단적으로 말해 일부 과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대책으로 과 이기주의라고 본다"면서 "이는 대형병원에 세부전문의 및 펠로우 쏠림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공의 수련기간 단축을 통해 세부전문의 수련을 받으려는 전공의는 대형병원으로 몰려들 것이고 자연스럽게 중소 수련병원은 펠로우 기근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대한의학회 박중신 교육수련이사는 "수련의 질은 기간이 아닌 프로그램이 관건"이라면서 "수련기간 단축은 역량중심으로 수련 프로그램을 전환함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수련기간 3+2로 전환한다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라면서 "4년에서 3년으로 줄이는 것이지 3+2년이 되는 게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임을기 과장은 "이는 아직 논의 중인 사안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 "조만간 전공의 특별법 관련 입법예고할 때 동시에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